독후감 고양이신사와 난파 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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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고양이신사와「난파」를 보다
어떻습디까? 극장을 나오는 고양이신사를 붙잡고 나는 다짜고짜 물었다. 글쎄요. 재킷 안주머니에서 철제 담배케이스를 꺼내며 고양이신사는 말을 흐렸다. 꿈을 꾼 듯한 기분입니다. 꿈이요? 그렇게 좋은 연극이었단 말씀입니까? 나는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웠다. 아니 뭐, 꼭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신사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뭘 보고 나왔다기 보다는. 담배연기가 밤공기 사이로 흩어졌다. 꿈을 꾼 것처럼.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렸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말이지요. 신사는 담배를 쥔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나는 힘 빠진 눈으로 고양이눈의 동공이 넓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기분이 어떠실 것 같소? 극장을 나와 청국장집을 향하는 길에 고양이신사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만약에 주인공이었다면 기분이 어떠시겠냐는 말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신사는 말에 신기한 억양을 넣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이시는데. 새어머니가 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또 새어머니를 들이시는데. 새어머니가 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또 새어머니를 들이시는데. 새어머니가 또 돌아가셨단 말씀입니다. 고양이는 달빛을 받아 동그래진 눈동자를 들이밀고는 눈을 깜빡였다. 아버지가 밉겠지요? 나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사는 그런 내 얼굴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그런 태도가 못마땅했던 나는 그의 말을 받아 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인의 어머니들이 정말로 그렇게 줄줄이 죽었습니까? 그리고 아버지가 미운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을까요? 전통적 가치관을 통한 억압과 강요. 뭐 그런 것 말입니다. 나는 신사가 중간에 말을 끊지 못하게 재빨리 입을 놀렸다. 고양이는 한 손으로 중절모의 챙을 쓰다듬었다. 그럴수도 있겠지요. 허허. 신사는 수염을 손가락으로 퉁기며 웃었다.
청국장이 나왔다. 신사는 중절모와 재킷을 벗어 옆에 있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걸어 놓았다. 나는 숟가락으로 밥을 쑤시며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코를 킁킁대며 청국장에 숟갈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극에서 나타나는 여러 갈등이 있지 않습니까? 모자간의 갈등, 부자간의 갈등, 형제, 남녀사이의 갈등들이 생기는 데에는 뭔가 마땅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보지 못한 사건이나 배경 말입니다. 써브- 텍스트라고 하나요? 나는 신이 나서 몰아붙이듯 말했다. 신사는 잠자코 우물우물 밥을 씹어 삼켰다. 나는 그 앙증맞은 입이 벌어지길 기다렸다. 당신은 꼭 시인 같구려. 인과율에 얽매이시다니. 고양이는 코웃음을 치며 열무김치를 아삭아삭 씹었다.
고양이신사가 이를 쑤시며 말했다. 갈등, 갈등 하셨는데 말이지요. 갈등이 어디 있습니까? 인물이 어디 있습니까? 인물이라곤 시인 하나 달랑 있지 않습니까? 갈등이라면 자의식과 자의식의 갈등이겠지요. 시인은 우유부단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시인이라고 하면서도 고리타분한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으면 어디 아비가 주는 술을 마실 턱이 있겠습니까? 그게 바로 아버지와 시인의 갈등 아닙니까? 에잉, 아버지가 아니라 시인 마음속에 아버지의 그림자라니까요. 그럼 어머니는요. 줄곧 어머니와 다투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어머니는 진작에 죽었대두요. 어릴적 어머니를 잃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비의녀와 백의녀는 누구입니까? 또 비비와 카로노메는요? 그들은 다 시인의 욕망의 다른 이름들이지요 . 남자들이란 다 그렇지요. 여자랑 놀아나고도 싶고, 여자한테 구원받고도 싶고, 여자를 버리고도 싶고. 허허. 나는 밥그릇으로 고양이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럼 뭐란 말이야! 갈등도 없고 인물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면 이 연극엔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콧물을 훌쩍거리며 소리치는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신사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꿈을 꾼 것 같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