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피아노 를 보고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본 때가 아마 수염이 나고 싶어서 아직은 솜털뿐인 입 주변을 억지로 면도하던 시절이니 초등학생(아니 그 시절에는 국민학교였다..난 국민학교의 마지막 세대다.)에서 중학생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시절 케이블 티브이라는 신기한 것이 막 보급되던 시절인데 우리 집도 케이블 티브이를 설치했었다. 공중파 방송 정규 방송 시간 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던 시절에 케이블 티브이의 수많은 채널은 부모님께서 해주신 공부와 더욱 멀어질 수 있는 정말 좋은 선물이었다.
특히 케이블 방송 채널 중에 란제리 패션쇼라던가 영화 채널에서 한 번씩 해주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영화는 점점 이성에 눈 뜨기 시작한 나에게는 꿀 맛 같은 것이었다. 어쩜 그 때 과도하게 분비된 남성 호르몬 탓으로 지금 수염으로 입주변이 과도하게 푸릇푸릇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시절에 야한 것을 찾아 티브이 리모컨을 이리 저리 돌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피아노’ 라는 영화였다.
베드신을 보고 우연히 채널을 고정했다가 그대로 쭉 마지막 엔딩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시절엔 영화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던 베드신이 한 차례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봤었지만, 영화는 더 이상 그 백인 여자(‘홀리 혼터’ 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의 하얀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고 영화에 대한 남은 기억은 백인 여자의 벗은 몸이 한 차례 나온다는 것 정도였다.
벌써 이 영화를 본 지도 10년이 넘었고 더 이상 입 주변 솜털을 억지로 면도하지 않아도 굵은 수염이 검게 올라오는 아저씨가 되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영화도 반갑지만 그 시절의 내 생각, 내가 만났던 사람들,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좋다.
10년이 훨씬 넘은 영상임에도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처럼 전혀 촌스럽지가 않았다.
영화의 주인공 ‘에이다’는 여섯 살 때 이후로 말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서 목소리를 가져간 대신 그녀에게 피아노 연주의 재능을 주었다. 그녀에게 있어 피아노와 사생아인 어린 딸이 세상의 전부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얼굴도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시집보냈고 그녀는 딸과 피아노와 함께 뉴질랜드의 해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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