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자선음악회에도 다녀왔지만 그것으로 레포트를 쓰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 장애 관련 영화나 책 중에서 몇 년 전에 봤던 영화중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는 일본영화인데 상업적인 메이저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꽤나 유명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자주인공인 츠네오는 마작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끌고 가던 유모차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면서, 우연히 그 안에 타고 있던 여자주인공 조제를 만나게 된다. 조제는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손녀가 부끄러워서 유모차로 사람들에게 안보이게 가려서 산책을 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되고, 츠네오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는 상황임에도 조제의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서로 가까워진다. 어느 날 조제의 집이 시에서 지원하는 장애복지지원 프로그램으로 집공사를 하게 된다. 그때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츠네오의 여자 친구가 그 집에 견학을 오게 되면서, 조제는 상처를 받고 츠네오와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츠네오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는데, 우연히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조제를 찾아간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1년 동안의 동거가 지속되고, 츠네오는 집안 제사때 조제를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제사당일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결국 몇 달 후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여러번 봤던 영화이지만, 초점을 장애에다 맞추고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일단 눈길이 갔던 점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었다. 여자주인공의 할머니는 조제의 장애를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장애를 가진 손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한다. 결국, 조제는 거의 집안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꽃이나 고양이, 구름 같은 밖의 풍경을 보고 싶어 하는 조제의 뜻을 져버리지 못하고,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아침 일찍 유모차에 안보이게 조제를 싫고 산책을 나간다. 그러다 언제 한번 츠네오가 조제를 할머니 몰래 밖에 데리고 나가 구경을 하고 온다. 그러자 할머니는 “동네사람들 눈에 띄면 어떻하게 느냐고. 몸이 불편하면 주제를 알고 조심하고 살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나무란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 어쩌면 과거에는 장애를 ‘죄’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장애는 ‘죄’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라는 것 이었다. 장애인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야 하지만, 장애인 스스로도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려야 한다.
영화 속에서 츠네오는 결국 조제를 집안에 소개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영화 속에서 이별은 의외로 깔끔하였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아니 사실 단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라고 츠네오는 말한다. 처음에는 순수한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장애인인 조제를 감당하기에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장애라는 현신을 그리 녹녹치 않았다. 물론 내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더욱더 안타깝게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예전에는 세상과 단절되어 집에서 할머니가 주워온 책만 보던 조제였지만, 이제는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내가 츠네오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물음이었다. 어쩌면 나는 시작도 안하고 도망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 한 것은 장애에 대한 나의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장애는 남과 다른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불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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