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세인고 사람들』을 읽고
작지만 참신하고 기발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혁신적인 성공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세인고등학교가 개교를 했던 1999년 3월 9일이라는 날을 그저 그해 어느 날로 묻혀버리지 않고, 교육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중요한 날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을까라는 작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세인고등학교는 1998년 초에 연변이나 몽골지역에서 크게 성과를 거두었던 5차원 전면교육이라는 방식을 도입한 학교이다. 이 교육방법에서 5차원이란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 인간관계라는 5가지가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필수요소라는 점인데, 학생들로 하여금 교육을 통해 이러한 요소들을 갖출 수 있게 함으로써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풍부한 정서력을 가진 사람,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심력과 냉철한 머리와 강인한 체력을 지닌 사람, 시간을 우선순위대로 사용할 줄 아는 자기관리 능력과 상대방 입장에서 남을 볼 수 있는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 즉 다이아몬드 칼라의 인간상을 실현시켜 전인적인 인간으로 양성하자는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인 것이다.
전인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에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점이 많던 차에 세인고에서 내세운 5차원 전면교육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 더욱 놀랐던 것은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었다. 그 기준이라 함은 중학교 졸업 성적이 중 · 하위권이었거나 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개교를 앞두고 특성화 고등학교로서 설립 인가를 받은 상황에서 기왕이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모아 현저한 성과를 내는 것이 미래를 위해 학교가 택할 수 있었던 더 쉬운 방법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입학 자격을 부여했다는 것은 정말로 교육의 힘이 절실한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또한, 눈에 띄었던 것이 ‘고공학습법’과 ‘5차원 영어 학습법’이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제시한 학습법들인데, ‘숲을 본 뒤 나무를 본다’라는 전제하에서 생겨난 ‘고공학습법’은 학기 초에 교과서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살펴보고, 각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중요한 맥락을 이해하고 살을 붙여가며 지식을 체계화하자는 학습방법이다. 이 또한 막연히 열심히 하면 된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 잘한다는 식의 애매하고 실효성 없어 보이는 학습 방법이 아니라, 교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의 제시라는 점에서 매우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5차원 영어 학습법’이라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 매우 독특하다고 여겨졌는데, ‘영어의 구조를 분석하면 결국 큰 원리 1개와 작은 원칙 5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히는 이론’이라 함은 평범하지만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물론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인 영문법에 5차원 영어 학습법을 적용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세인고등학교가 내세운 슬로건인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교사들이 지식과 경험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바람직한 행동을 학생들도 보고 따라할 수 있게끔 하자라는 생각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나 스스로도 지난 학창시절을 돌이켜보거나 심지어 내가 아이들에게 취했던 태도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저 더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줄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해야 성적이 잘 나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집중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따라올 것이라는 평범하고도 중요한 진리를 새삼 다시 돌이켜 보게 되었다. 작지만 참신한 생각일지라도 변화하려는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이 깃들여진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세인고등학교가 증명해준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 우리나라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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