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에릭 홉스본의 미완의 시대 를 읽고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과제를 내 주실 때 나는 책의 제목인 미완의 시대도, 저자인 에릭 홉스봄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책이 상당히 두꺼우니 미리 읽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나의 과실을 일주일 전에 무척이나 후회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펜 쥘 힘도 없게 생겼는데 무슨 할 말이 많아서 6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써놓았을까?’하는 호기심도 약간은 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를 공부했었지만 항상 지루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목이었다. 그런 탓인지 지금에 와서 세계사에 관해서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아는 바가 없다. 바로 이 점부터 홉스봄과 나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90세가 넘은 나이지만 마치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서 서술해 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은 어려서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음을 짐작케 하며 왜 그가 당대의 대표적인 역사학자로 꼽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홉스봄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혁명은 모두 종결된 꿈이므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든 다른 방식의 사회를 희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주장을 표면적으로만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이나 조건에 안주하거나 혹은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홉스봄은 책에서 마치 예언자처럼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가 언젠가 붕괴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철저하게 자본주의가 깔려있으며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한 채 안정을 추구하곤 한다. 나는 이 점을 ‘완성’에 비유하고 싶다. 완성은 더 이상의 진전이나 발전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에 반해 비록 사회적으로 소수자일지라도 개혁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상태를 ‘미완성’이라고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완성’과 ‘미완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의 결과적 측면에서 둘을 비교해볼 때 정말 한 끝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가 그동안 이긴 자에 의해서, 정복한 자에 의해서 완성된 의미없는 역사를 접해왔기 때문에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잘못된 역사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사실 미국의 자본주의도 자국민들은 개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미국의 역사를 미화시키려고 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달리 보면 인디언들에 대한 수탈과 착취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양면적이고 억지스러운 역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전해질 수 있을까?
왜곡된 역사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이 세상의 소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 고쳐야 하고, 진실한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려 줄 의무가 있다. 그 일은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는 미제의 상태인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홉스봄이라고 생각한다. 칼보다 무서운 펜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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