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을 읽고
사실, 나는 민간신앙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제주도에 살면서도 민간신앙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가본 적은 있어도, 무당의 굿을 실제로 보거나, 점집에 가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민간신앙은 그저 ‘과거의 것’ 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아주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았어도 민간신앙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내가 신앙이라는 것 자체에 별 흥미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기 전의 내게 민간신앙이라는 것은 더 이상 신앙의 형태를 띄지 못하고 전통문화의 하나로써 존재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제주도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민간신앙을 믿고 있었고, 굿을 벌이거나 무당에게서 점을 보는 등 많은 부분을 민간신앙에 의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건입동의 칠머리당에서 매년 열리는 칠머리당굿이 단순히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써 전통문화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라나 전복을 잘 캘수 있도록, 그리고 바다 속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해녀의 바람이 깃들은 민간신앙의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칠머리당굿 뿐만이 아니다. 칠머리 당과 같은 신당이 346개나 존재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굿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실제로 무당이 귀양풀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였다. 그 날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었다. 장례의식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무당이 와서는 어떤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너무 어릴 때 일이라서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무당이 어떤 행동을 하다 무슨 말을 하면 어른들이 대답하기도 하고, 바닥에 무엇인가 늘어놓고는 길을 안내한다며 어떤 동작을 취했던 것도 같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때의 엄숙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너무 어릴때라 겁이 나서 그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부모님께 여쭈어보지도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제주도 민간신앙의 한 부분인 귀양풀이였던 것 같다.
꼭 이러한 굿만이 민간신앙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넋두리’나 ‘신구간’같은 것들도 민간신앙의 한 모습이니 말이다. 넋두리가 민간신앙일 것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다. 나 또한 어릴때 깜짝 놀라거나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가 넋을 들여야겠다고 하시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절이나 교회,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한 거대 종교를 믿음에도 여전히 민간신앙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마치 민간신앙이 사람들에게 신앙이면서 동시에 습관인 것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우리집 또한 부모님 두 분 다 불교신자 이시지만, 민간신앙에 의지하는 부분도 많으시다. 신구간에 이사를 하고, 새 집으로 이사가면 나쁜 기운을 몰아내게 팥을 뿌리는 등 말이다. 이렇듯 제주도민에게 민간신앙이란 구체적인 신앙의 형태를 띈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생활습관으로써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주도의 무당인 심방들은 흔히 말하는 신내림이나 신병으로 인해 무당이 되는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습을 통해 심방이 되는 사람도 있고, 무구인 멩두를 통해 되는 사람도 있고, 병이나 심방과 혼인하였다는 이유로, 그리고 생활수단으로써 입무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까지 나는 무당은 신내림을 받고 되는 것이고, 무당이 되어야 할 사람이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신병을 앓게 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신내림을 받지 않고도 심방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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