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두 번 죽인 한양주택
흙먼지가 뿌옇게 휘날리는 공터. 공사자재는 어지러이 널부러져 있고 잘려나간 나무밑기둥과 무성하게 자란 풀 등이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바로 이 곳이 지난 96년도에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함으로써‘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받을 생태마을이 있었던‘한양주택’의 터이다.
한양주택. 지난 1972년 7·4 공동성명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당시 남북간의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은 발전된 서울의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시내로 진입하는 관문에 있는 은평구 진관내동의‘불량주택’들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보여서는 절대 안 되는 모습. 박 정권은 그린벨트에 군사보호구역인 이 지역에 50평짜리 획일적인 단층주택을 짓고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장기 융자로 건설비를 갚도록 했다.
이것이 한양주택의 역사이다. 비록 정치적인 목적이었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보여주기 위한 곳이었던 한양주택을 보여주기 민망한 곳으로 규정지어버렸다. 바로 이명박 시장의 ‘뉴타운 개발’이다. 발전된 나라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제 수용된 이들은 더욱 발전된 나라의 위상을 위해 이명박 시장에게 다시 강제 수용되었다. 군부독재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개발독재에 의해 두 번 죽이는 일이 되고 말았다.
올해 초 마지막까지 한양주택을 지켰던 주민들이 전경들과의 몸싸움 끝에 결국에는 모두 나갔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끝까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속셈이라고 한양주택 사람들을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재개발로 인한 목돈이 아닌 정든 소박한 마을뿐이다. 그러나 이 단 하나의 바람은 정부에겐 너무 컸던 모양이다. 그들은 결국 정든 마을을 떠났다.
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부동산투기꾼과 건설업체 말고 낙후의 개발은 국민의 배를 불려줄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낙후란 말인가! 정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집보다 개발이란 명분 아래 국민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마저 빼서 버리는 정부의 태도가 진정한 낙후라 생각한다.
흙먼지가 뿌옇게 휘날리는 공터. 공사자재는 어지러이 널부러져 있고 잘려나간 나무밑기둥과 무성하게 자란 풀 등이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이곳. 한양주택. 누군가의 생활용품들과 그들의 자식의 장난감들. 누군가에 의해 그들의 자식들을 위해주기 바랐던 한 그루 은행나무. 혹시라도 한양주택의 향수에 젖은 이가 찾아와 추억에 잠기면 자신의 등을 내어주고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자 마지막 온 힘들 다해 서있는 했다. 그러나 가까워 오는 엔진소리에 점점 그 힘을 잃어가는 모습은 마지막 추억까지 빼긴 약자의 고요한 아우성이었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