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의 영웅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를 읽고
-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를 읽고
새파란 하늘에 햇빛이 데굴데굴 들판 위를 구르다 풍덩 빠질 정도로 눈부신 호수이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는 세상에 이런 별세계가 있는가 하겠지만 스코틀랜드 로호덴 지방에서는 이런 호수만 꼽아도 족히 스무 개는 넘는다. 그 중 하나, 네스 호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다고도 할 수 없는 한적한 호수에 두 남자가 낚시를 하러 배를 띄운다.
한 명의 이름은 브리지스 카트. 그는 휴가가 끝나면 서른의 나이로 유명 보험회사의 CEO 중 한 명이 될 사람이었다. 그 이례적인 스피드 출세가 파벌과 음모에 얽힌 인사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고, 브리지스 자신도 이제까지 기회란 기회는 모두 최대한 이용하여 오늘의 지위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최근, 그 자신 내부에서 뭔가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CEO의 자리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가 힘들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자 휴가를 내고, 자신이 어릴 적에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웠던 추억이 있는 이 호수에 찾아왔다.
다른 한 명의 이름은 제드 고시.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지만 인간이 견디어 낼 수 있는 고통과 절망의 한계까지 목도했고, 그 상처를 깊이 묻어 버린 채 전쟁 전 아무것도 모른 채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키웠던 소년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가 여기 온 것은 단순히 이 호수에 커다란 송어가 많이 산다는 소문을 들어서이다.
사건은 제드가 호수에 있던 정체불명의 커다란 무언가를 낚으려다 실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흠뻑 젖은 제드를 보며 브리지스는 자신이 어릴 때 이 호수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해내고, 그건 괴물이라고 하며 그 생물을 낚기 위해 호수로 달려간다. 그건 단순히 커다란 송어이며 자신이 낚겠다고 다짐하며 제드는 젖은 채로 낚시 세트를 집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파인애플 아미” 중 한 장면이다. “남쪽으로 튀어!” 를 읽으면서 어쩐지 이 장면을 떠올려 버렸다. 잃은 꿈을 찾고자 미지의 호수로 달려가는 브리지스와, 자신의 꿈과 신념을 관철하고자 불도저 앞으로 뛰어가는 우에하라 이치로. 그 꿈이 단지 어린이의 망상임을 증명하겠다면서도 신나서 브리지스를 따라가는 제드와, 아버지를 경멸하면서도 꿈에 대한 그 태도만큼은 존중하며 지켜보는 우에하라 지로. 어쩐지 일본 만화를 즐겨보는 내게는 낯설지 않은 패턴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다른 작품인 “마스터 키튼”의 로셀리니 피에트로. 그는 비리 정치인에게 5억 리라를 훔쳐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죽은 척 해서 사망보험금을 가족에게 받게 한 후 프랑스로 도망쳤다. 가네즈키 가즈로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 에서는 딸을 폭행한 불량배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 달이나 휴가를 회사에 써 내고 날마다 고등학생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 스즈키가 등장한다. 야마다 타카토시의 “Dr. 코토 진료소” 까지 가면 더 가관이다. 일류 의대를 졸업하고 천재에 가까운 솜씨를 지니고 있는데도 일부러 의료 미스를 일으켜 왕복 8시간이나 걸리는 먼 낙도로 자청해서 오는 바보 의사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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