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신영복저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이라는 제목.
처음 듣게 되면 무엇인지 모르게 반감이 생긴다. 감옥에서 사색이라는 것이 가당하기는 할까? 일반 삶 속에서도 사색 없이 생각 없이 지낼 때가 더 많은데, 좁은 공간이고 각기 다른 범죄를 저질러 징역 선고를 받아서 흉악범이라 불리기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색이란 무엇일까? 제목에서와 같이 감옥에서의 사색이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원망과 자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내가 읽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내가 학교생활과 회사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무심코 지나쳐 왔던 삶의 지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어떤 상황을 직면 했을 때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시각을 넓게 해주는 책. 나는 내 삶속에서 사회라는 회사와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내 노하우들을 다시 정리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필자는 감옥이라는 상황에서도 배우려고 노력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함으로서 이러한 결과물을 내 앞에 내 놓았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내 상황 속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 칠 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위의 글은 감옥생활의 실감케 하는 글이다. 군대에서도 겨울이 되면 옆에 있는 후임 병이 고참이 그냥 따뜻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여름에는 고참도 나와 살이 부딪친다면 그 또한 싫다. 그렇다고 후임 병이 더운데 내 옆에 찰싹 붙어 있다면 그 또한 고문이 없을 것이다. 계급 사회로 지칭되는 군대에서도 그렇게 되는데 더 비좁고 협소한 공간인 감옥에서는 어떠했을까? 이 글 하나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책의 저자인 신영복 현 성공회대 교수는 68년도 통일혁명당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다행히 88년도에 가석방 되었다.
신영은 책의 초반부를 통해서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 저자가 옥살이에 적응하고 다른 죄수와는 달리 하나의 관점을 세우고 생각해 나가면서 자신을 바로 세워 나간다. 그러면서 20년의 긴 세월동안 옥중에서 쓴 편지를 묶은 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이 되었다.
옥중 서신이라 하여 정말 어둡게만 보이던 표지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본 표지는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저자였다. 사진이 아닌 삽화이기에 내 주관과 삽화를 그린이의 주관이 맞아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징역 살러 들어가서 맨 먼저 발견한 것이 제 창백한 손이었습니다. 저의 20대를 지배했던 논리적 사고,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사상들을 상징했던 그 인텔리의 손과 결별하고 두껍고 투박한 손으로 가기 위한 성분개조의 시간, 옥살이를 거기에 바치자고 결심했죠.
하루에 두 장씩 배급 되는 휴지에 절절히 써 내려간 그 글들. 저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그 휴지에 옮겨 적었을 것이다. 그냥 생각이 난다고 무심코 적지 않고 생각 끝에 적었을 것이라 생각 된다. 보통 우리에게 생각하고 말하라. 생각하고 쓰라고 말한다. 내가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다. 먼저 생각해라! 생각하지 않고 뱉는 말은 날이 선 검이 여서 누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누구를 죽일지 모른다. 그리고 생각 하지 않고 쓴 글은 덫과 같아서 언제 누구의 발목을 잡고 안 놓아 줄지 모른다.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옥중에 있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배운 것 같다. 20년의 옥살이를 통해서 생각하는 것을 배운다. 어찌 보면 값진 교훈이고, 보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그 계절에 대해서 묘사를 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 계절의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하고 더우면 덥다고 짜증내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우리 방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20대의 청년과 가장 느린 50대의 노년이 경주를 하였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실험해 본 놀이가 아니라 청년은 한 발로 뛰고 노년은 두 발로 뛰는, 일견 공평한 경주였습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50대 노년이 거뜬히 이겼습니다. 한 발과 두 발의 엄청난 차이를 실감케 해준 한판 승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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