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국화와 칼을 읽고
저자: 루스 베네딕트 지음 / 허준 엮음
출판사: 카푸치노 문고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어일문학과를 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일본이라는 나라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비행기로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나라, 먹고 자고 생각하는 게 틀린 먼 나라’라는 말이 있다. 자주 듣던 말이라서 식상하겠지만 나에게는 흥미로운 말이다. ‘100 번 듣는 것보다 1 번 가보는 것이 낫다’고 하였으나 일본 유학을 떠날 만큼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는 머릿속만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소개하셨다. 국화와 칼은 루스 베네딕트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당시 전쟁 때문에 일본을 갈 수가 없어서 오로지 책과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말을 통해 일본을 분석했는데 그 내용이 객관적이고 잘 쓰였다고 설명하셨다. ‘어떻게 일본을 가지도 않고 일본에 대해서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건가’, ‘ 도대체 어떻게 글을 쓴 것이기에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고 나는 국화와 칼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국화와 칼을 발견하고 책을 읽어 보았는데 쪽수는 대략 400쪽, 그리고 오역이 많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 책을 어떻게 접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역된 번역을 다시 번역해서 읽기 쉽게 만들었다는 ‘1시간 만에 읽는 국화와 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책을 집고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일본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각자에게 알맞은 위치’를 언제나 생각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집에서부터 ‘남에게 폐가 되지 않게 행동하라’라고 교육을 받는데 이것은 ‘자신에게 맞는 범위를 지켜 질서를 지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다른 회사에서 사장실에 걸려온 전화를 비서가 받았다고 하자. 그 비서가 ‘사장은 자리에 없습니다.’ 라는 식으로 자기 회사 쪽의 사장을 낮추는 표현을 쓴다. 한국에서는 ‘사장님은 자리에 없습니다.’ 라는 말을 쓸 텐데. 일본 비서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물론 사장이 비서 입장에서는 높은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외부 사람에게는 자신의 사장을 낮추어 상대를 높이는 표현이 더 예절에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서에 대한 일로는 전쟁의 명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전쟁에 참여한 미국 입장에서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3국 동맹의 침략 행위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막기 위해 참여했다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명분은 ‘세계는 질서가 어지럽게 되었다. 강자가 나타나서 이 질서를 바로 잡아야한다.’ 즉,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질서를 중시하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은혜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일본인들은 빚을 언제나 지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다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든지, 죽을 뻔한 상황에서 친구가 구해주었다든지 도움을 받았다보다 빚을 받았다고 생각을 한다.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지고 있는 모든 빚의 의무를 포괄하는 일본말은 ‘온’이라 한다. 부모님께 사랑을 받았을 때도 이것을 빚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사랑이란 베푸는 것, 무엇을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이 생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온’이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하는 것이기에 은혜를 입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사고가 나도 도와주러 나서는 것을 되도록 피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도움을 받아도 불편함을 느끼는 데 감사의 표현으로 ‘키노도쿠’라고 하는데 ‘마음의 독’이라는 뜻으로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 데 은혜를 줘서 고맙지만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아리가또’ 이건 원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지만 본뜻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스미마셍‘은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쓰이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이지만 ‘나는 당신에게 온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에게 온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입장이 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뜻이다. 일본인은 온을 베푼 사람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자신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안심하게 온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온을 베풀면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온을 갚는 방법으로 일본인들은 금전상 계산과 비슷하게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 데 한 가지는 일정 기간 내에 받은 만큼 갚고 끝내는 보답, 다른 하나는 무기한적으로 무제한 갚아야 하는 보답이다. 무제한적으로 갚아야 하는 빚은 ‘기무’라고 한다. 기무에는 대표적으로 양친에 대한 효, 국가에 대한 충이 있다. 그리고 ‘기리’가 있다. 기리는 자신이 받은 만큼만 갚으면 되고 변제 기간도 있는 빚을 의미한다. 기리는 중국 유교, 불교에서도 받아들인 것이 아닌, 일본 특유의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리는 ‘과거에 받았던 친절에 대한 답례에서부터 복수의 의무까지’ 있기 때문에 이질적으로 보인다. 기리는 ‘세상에 대한 기리’, ‘자신의 이름에 대한 기리’가 있다. 선자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서 받은 온을 갚아야 하는 의무, 후자는 자신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뜻한다. 기리도 마찬가지로 갚은 방식으로는 금전상의 계산과 같이 하는데 기리를 갚는 시기가 늦어지거나 그러면 늦어진 만큼 이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은혜도 돈처럼 계산을 한다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대표적인 예로 ‘로닌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아사노’라는 영주가 있었는데 ‘키라’라는 영주 때문에 모욕을 당하게 된다. 쇼군의 궁궐에서 칼을 뽑아 들어 ‘키라’영주를 공격 했지만 죽이지 못하고 쇼군의 궁궐에서 칼을 들어 충에 반했다는 죄목으로 할복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결국 ‘아사노’영주는 할복을 하게 된다. 그의 가신 ‘로닌’은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주군의 복수를 위해 47명의 무사를 모으고 복수의 날을 기달리면서 처음에는 기리에 충실하지 않는 것을 보이기 위해 여자와 술을 가까이 하였고 기회를 노렸다. 어느 날 키라 영주가 주연을 열였을 때 47명의 무사가 다시 뭉쳐 키라를 죽인다. 사람들은 47명의 무사의 행위에 기리를 다했다면서 열광하였다. 하지만 기무를 어겼기 때문에 막부의 명령을 받아 47명 모두 할복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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