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박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이 책은 시인 신경림이 작고한 22명의 시인들에 관해 엮은 책이다. 윤동주, 유치환, 박목월, 김수영 등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들의 시를 학문이 아닌 ‘시’ 그 자체로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의 배경이 된 그들의 삶과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시’란 무엇일까? 오늘 날엔 길을 걷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곳곳에서 쉽게 노래를 접할 수 있다. TV에서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개를 치고 노래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노래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짧고도 긴 노랫말 속에 온갖 감정을 다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던 장르의 노래가 바로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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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학 수업은 아주 잘못된 방식이다. 당시에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떤 시인에게 문학 기출문제를 풀게 했더니 자기가 쓴 시 임에도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렇듯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 잘못된 문학 교육으로 인해 시의 매력에 빠지기도 전에 시를 그저 난해한 글로, 혹은 특별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시를 감상하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시’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름다운 자연은 황폐한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고 성숙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 역시 어두운 마음에 꽃을 피운다. 그러한 이유로 한 편의 시는 장편의 소설보다 더 감동을 준다는 말이 있다.
책의 저자인 신경림 시인은 우리에게 ‘시를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어떠한 배경에서 어떠한 이유로 ‘시’가 탄생되었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시에 묻어있는 시인의 삶을 이해하고 나니 시를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각 시인들의 친가와 친인척을 동원해서 엮은 글인 만큼, 시인, 그 들의 삶 자체를 이해하려 노력하니 그들의 혼이 담긴 시는 저절로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안도현 시인과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안도현 시인 특유의 사물을 보는 눈과 윤동주 시인 특유의 아련함을 좋아한다. 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와 ‘윤동주 - 서시’는 언제 읽어도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글귀다. 안도현 시인의 경우는 연탄재와 같이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이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그를 우리내 인생과 연관 짓는 것에 연신 감탄만 나온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시인인 만큼 시대적 상황에 대한 그의 고뇌와 아련함같은 것이 묻어난다. 때문에 시를 읽는 나에게 까지 그 고뇌와 아련함이 전해져와 다소 먹먹한 기분을 들게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그 시의 그런 먹먹함을 사랑한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써도 좋다는 선생님 말씀에 하루 일과를 시로 지어 본 적이 있다. 그 때에 느낀 것은 지식인이 아니면 시를 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본질적으로 사는 세상을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지 세상살이로부터 초연하거나 뛰어난, 말하자면 특별한 사람들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감동의 원천은 그런 보통 사람들의 고뇌를 대변했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김수영/ 앞을 향하여 달리는 살아있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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