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 대하여-
1.판소리란 말의 뜻
판소리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해방 후라고 한다. 연세가 높은 판소리 애호가나 명창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판소리가 생겨난 지 200년도 더 지난 다음에야 생긴 이름이 이제는 아주 널리 쓰이게 되고, 다른 명칭은 거의 쓰이지 않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무래도 판소리라는 명칭이 다른 명칭보다 훨씬 더 판소리의 특징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로 판소리라는 명칭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연구할 때 으례껏 먼저 어원을 찾아 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판소리라는 말은 판과 소리라는 낱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그러면 먼저 판이라는 말에 대해서 알아보자. 판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노름판, 씨름판, 굿판 등에서와 같은 의미. 노름판이나 씨름판, 굿판은 노름이나 씨름, 굿이 벌어지는 장소를 뜻한다. 그리고 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판이라는 말의 의미는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특수한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라는 뜻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씨름 한 판, 바둑 두 판 등에서 쓰인 것과 같은 의미. 이 때 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니 대개 승패를 가르는 일의 경우에는 승패가 완전히 결판나는 결과에 이르렀을 때만 판을 사용할 수 있다.
셋째, 판놀음, 판굿에서와 같은 의미. 판놀음이나 판굿은 조선조 말 전문 유랑인 집단들이 벌이던 놀이를 가리킨다. 이들은 전문적인 연예인들로 조직되어, 유랑하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놀이를 벌이고, 구경꾼들로부터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므로 이 때의 판이란 전문인들이 벌이는 놀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이렇듯 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판을 첫 번째의 경우와 같은 것으로 보면, 판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하는 소리라는 뜻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의미 속에는 판소리가 공연예술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와 같은 것으로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과정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될 것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플롯에서의 이른바 전체라는 개념과 같다. 잘 구성된 플롯은 아무 데서나 시작하거나 끝나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판소리는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를 노래하는 소리가 될 것이다.
세 번째와 같은 것으로 보면, 판소리는 전문인들이 하는 소리가 될 것이다. 판소리는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전문적인 기능을 습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라는 말이다.
판소리에서 판은 어떤 의미로 보아야 할까. 위에 들고 있는 세 가지 모두의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의미가 모두 판소리에 타당한 특징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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