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남북협상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특히 북한의 협상행태를 이해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경주된 끝에 ‘공산국가 협상이론’, ‘비대칭적 협상이론’, ‘예기이론’ 등 많은 연구의 성과들이 남았다. 그러나 그간의 이러한 연구들은 남북관계 변화의 동학을 설명하기보다는 북한의 협상 자체를 연구하는데 치우쳐 있었으며, 그나마도 이데올로기적 장벽 때문에 오는 한계나 서구의 협상이론의 적용에서 오는 문제점들로 인해 한계를 노정해왔다. 이에 50여년 분단역사에서의 협상을 관통하는 ‘대화와 단절의 동학’을 설명하는 동태적인 분석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본 발제문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에서는 남북 협상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의 정리와 평가를 다루고 에서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협상에서의 대화와 단절의 동학을 설명하는 틀거리를 제안할 것이다. 이러한 틀거리를 제안하는 것은 이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전략 및 전술의 분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분석적으로 논의할 이후 연구에 밑그림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논의에 앞서 본 발제문에서 사용할 ‘협상행태’에 대해 개념규정을 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연구자들이 정책결정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사후적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협상행태는 협상에 참여하는 각 주체가 장기적인 계획과 방향성 안에서 협상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행동의 총체라고 하기로 한다. 기존에 남북협상을 다룬 대다수의 논문에서 협상전략(negotiation strategy), 협상행태(negotiation behavior), 협상전술(negotiation tactics) 등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고 혼용해왔으나 본 발제문에서는 협상행태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대표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논문의 표현은 존중하기로 한다.
2. 기존연구 검토
서론에서 밝힌 바 있듯이 남북한 관계를 설명하려는 많은 이들이 ‘협상’에 주목해왔다. 협상이라는 공간이 1)분단 상황에서 각 주체의 국가적인 목표와 그것을 위한 정책이 집약되는 총화의 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2)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논의들을 살펴봄에 있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남’과 ‘북’의 ‘관계’를 논의하기 위한 연구에 있어 그 중심이 대부분 북한의 협상행태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해보도록 하자. 기존 연구는 크게 이데올로기적 접근과 탈이데올로기적 접근으로 분류해서 살펴볼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접근법은 물론 현재도 적용되고는 있으나 주로 냉전시대에 사용되던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체제와 사상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이와는 달리 주로 탈냉전 시기인 94년 제네바합의 이후로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탈이데올로기적 접근은 북한을 일반적인 게임이론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선수로 보고 협상행태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 이데올로기적 접근법
(1) ‘공산국가 협상이론’을 통한 접근법 이무웅,「북한의 협상 전략전술 차원에서 본 고위급 회담」『북한』1991년 7월호
많은 이들이 북한이 협상에서 보이는 다양한 행태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자 했고, 그러한 시도의 한 유형으로 ‘공산국가 협상이론’이라는 도구의 사용을 선택했다. 즉, 공산국가에서는 협상을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연구한 내용을 북한에 적용시켜 설명해 내는 것이다. 즉 북한이 다른 공산국가들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행위자적 특성을 중심으로 북한의 협상을 설명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인 공산국가들은 비공산국이나 타 정치세력과의 협상을 혁명과정의 연장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즉 공산국가에서 협상의 본질은 ‘상호 공통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는 ‘일방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이무웅,1991) 레닌의 “화해를 구하는 것은 역량을 비축하기 위한 수단이며 …중략… 평화는 전쟁준비를 위한 일종의 휴식방법이다”라는 말은 그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된다. 다음의 인용문에서 김일성이 논의한 내용도 근거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을 상대로 회담을 하게 됩니다 …중략… 대화건 협상이던 우리는 적을 날카롭게 공격해서 적을 궁지에 몰아넣는 혁명의 적극적인 지류적 공격형태로 생각해야 합니다.” - 1975년 10월 1일자『로동신문』,김일성
즉, 북한은 협상을 한반도 공산혁명 내지는 남조선혁명을 위한 정치적전술적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에 따라 북한의 협상행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북한은 협상도 혁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상대표 또한 혁명투사를 선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성이 강하고 정치투쟁에 능한 사람이 회담에 참여한다. 또한 협상의 장소는 혁명투쟁을 벌이는 장으로 인식하는 만큼 협상의 목적과 내외정세를 고려해서 신중히 선택한다. 그 외에 의제와 시간 등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관철시키려고 하고, 협상의 초반에 급진전을 추구하다가 구체적인 토의에 들어가면 지연 전술을 사용하며, 회담과 동시에 선전선동을 진행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는 한편,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무례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북한의 협상행태의 특징을 찾아내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남한과의 체제 차이에서 오는 상호간의 차이가 협상에 있어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기본적인 체제의 차이가 협상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가져오고 이것이 세부적인 부분에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대화의 가능성보다는 단절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특히나 냉전체제 시기에는 타당성 있는 설명이었다. 협상의 양 당사자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이데올로기로 그것이 대립하는 한 협상의 실마리를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즉, 이 접근법은 남북 대화와 단절의 동학을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국가목표의 차이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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