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의 기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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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의 기준에 대하여
주변에서 어른들이 “너는 나중에 커서 무슨 의사가 되고 싶니?”라고 내 또래 의대생에게 물었을 때, “좋은 의사요”라고 대충 대답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돈 잘 버는 의사’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돈 잘 버는 의사가 좋은 의사는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좋은’, ‘good이라는 수식어는 대상을 호의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구체적인 특징이나 속성들은 교묘히 가려서 포장해 주는, 모든 상황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내가 의대에 입학한 동기들 중 하나이면서 이상적인 역할모델이 바로 ’좋은 의사‘ 장기려 박사님이다.
환자와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 얻어내기
요즘의 진료 현실을 일컬을 때 ‘3분 진료’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내 친구만 봐도 교수님과의 진료 시간이 1분이나 2분이라고 한다. 매우 유능한 의사라서 또는 감기같이 가벼운 질병이라서 이 짧은 시간동안 환자의 말을 듣고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료라는 행위가 환자가 증상을 말하고 의사가 들은 뒤 환자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진단을 내리는 것에 다다르고, 환자에게 결과를 말해주고 필요한 검사나 유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하는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볼 때,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흐름을 통해 한 개체와 다른 개체가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는 점에서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나은영, 한나래, p16
요즘 진료 현실에서 ‘의미의 공유’가 일어나는지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좋은 의사는 어떻게 환자와 정서적 교류, 의미의 공유를 이루어 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환자의 말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경청하는 것이다. 이것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반대되는 나쁜 의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환자가 증상을 얘기하는 도중에 이제 됐다는 식으로 말을 끊거나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이렇고 이렇죠?”라고 몇 가지 듣지도 않은 채 판단을 내려버린다. 전자와 같은 경우에 환자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지해 낼 수 있고 친밀감은 고사하고 반감과 불신이 싹트게 된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설령 의사가 말한 사항들이 실제로 환자의 증상이라고 할지라도 환자가 직접 소상히 이야기하는 것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를 놓치기 쉬운 것이다. 또한 나 같은 경우에는 의사가 선단하는 식의 질문을 하면 그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증상이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지는, 의사에 말에 홀려 버린 때도 번번이 있었다. 나쁜 의사의 모습을 통해 반대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시 좋은 의사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 두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언어적 의사소통 측면에서 보면,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 “아, 네”, “그렇군요.”, “그래서요?”와 같은 말을 함으로써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굳이 의사-환자 관계가 아닌 평상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반응을 해 주면서 들으면 화자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고 신나서 이야기 하지 않는가. 의사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상태에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은 의사에게 말을 할 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돼서 환자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의사에게는 큰 힌트가 될 수 있다. 또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면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신체 언어, 즉 표정이나 자세, 몸짓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환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환자 또한 의사의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서 의사가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을 포착해 내므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사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 앉는 자세 등 모든 것을 통해서 환자는 의사에 대해서 빠른 시간 내에 느낌을 갖는다. 의사가 환자를 포착한다 하더라도 결국 환자가 의사에게 정서적 교류를 허용하느냐가 정서적 교류를 성사시키는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정서적 교류의 성공은 정보 도출의 극대화 뿐만 아니라 신뢰감, 랏뽀 형성을 의미하므로 의사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할 것이다.
스트레스나 피로에 압도되어 보이는 의사는 싫다
컴퓨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변수가 훨씬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더 어렵다. 그것도 의사의 경우에는 ‘내 몸도 아프니 내 생각부터 하게 되는’ 환자들을 상대할 뿐만 아니라 몇 시간 동안 서서 집중해야 하는 수술하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부족한 수면 시간 때문에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면 말 하기도 귀찮고, 얼굴 표정에 그것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예민해 지게 된다.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스트레스 받는 대로 행동하면 충돌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압도된 의사는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의사 자신의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자신과 환자를 모두 생각하는 좋은 의사라면, 자기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나 취미생활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