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KArts무용단 정기공연감상문
감상 레포트
1. 기억의 숲 안무 - 서혜진
#1) 비명소리, 짐승의 것과도 같이 들리는 숨소리, 쇠로 된 무언가가 바닥에 부딪히고 나뒹구는 소리.. 무언가 끔찍한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소리들이 들려오다 마침내 붉은 조명이 무대 한쪽에 들어온다. 그 아래, 한 남자에게 결박당한 여자가 바닥에 엎드려있다. 뒤 쪽 무대 중간 커튼에 얼굴만 반쯤 나온 한 남자가 묘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화면이 정지된 듯, 그 장면에서 여자를 붙들고 있던 남자가 빠져나와 무대 중앙에서 춤을 추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2)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하여 그들 옆에 선다. 남자에게 붙잡혀 있던 여자가 빠져나와 또 다른 여자와 함께 무대 중앙으로 가서 춤을 춘다. 마치 이 일들이 생기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두 여자는 웃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실로폰 소리 같은 영롱한 소리가 울린다. 이들의 움직임은 바람같이 가뿐하고 꽃잎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이어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같은 선율이 따라나오며 여러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등장하여 함께 춤을 춘다. 아까 여자를 결박하고 있던 남자도 어느 새 그 장면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든다.
#3) 피아노 선율이 사라지고 베이스와 실로폰 소리도 하나하나 사라지더니 전자음 소리로 바뀌었다. 무대 중앙에선 여전히 모두가 춤을 추고 있지만 여자는 그 사이에서 혼자 멈춰서 있다. 무대 전체가 어두워졌다. 그녀는 그 들 사이에서 자기 혼자만 아는 어떤 기억에 사로잡힌 듯하다. 더 이상 이전의 그녀, 모두와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다른 사람들의 말, 행동, 그녀에게 내미는 손과 접촉은 상처이기만 하다. 모두가 쓰러진다.
#4) 다시 어둠. 비명소리, 거친 숨소리, 쇳소리 등이 들려온다. 첫 장면과 같은 붉은 조명과 그 아래 남녀. 관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남자에게서 빠져나온 공허한 눈빛의 여자 다리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뺨엔 눈물이 흘러내린다. 짐승처럼 보이는 남자가 그들 사이로 다가와 그 상처의 냄새를 맡으며 묘한 웃음을 띈다. 그 여자에게로 또 다른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의 상처를 보고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무대 중앙에 있는 짐승처럼 보이는 남자의 표호. 무대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공연을 통해 기억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를 계속 쫓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내면의 짐승이 그 기억의 상처란 냄새만을 쫓아 나를 과거도 현재도 아닌 기억의 숲에서 헤매이도록 만든다.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기억은 한 사람의 생이 단절되는 순간을 만들고 그렇게 되면 현재에 존재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영혼에 구멍이 뻥 뚫린 사람처럼.. 여자 무용수의 초점을 잃은 듯 공허한 눈빛이 자꾸 생각난다. 기억의 숲에서 헤메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과 멀어지지 않을까? 윤대녕의 소설 에서 생이 단절된 시기가 있었던 여자에게 두 개의 생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녀는 결국 현실의 여기에도, 기억의 그곳에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억에 갇혀 존재가 지워져가는 것이다. 기억의 상처의 냄새만을 좇는 내면의 짐승에게 자신을 내어주면 내 영혼을 다 갉아먹어버리고 말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억이 있고 좋은 기억과 좋지 않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숲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현재로 옮겨오는 방법으로서 안무가는 타인의 위로를 제시하는 듯하다. 여자의 친구인 듯 보이는 또 다른 여자가 다가와 그녀의 피묻은 상처를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이 작품의 흐름에선 약간은 억지스런 결말의 장면으로 느껴진 감도 없지 않지만, 사람이 결국 타인의 삶에 의해 배우고 위로받는 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졌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의도와 내용이 명확하였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아쉬움과 거북함이 느껴진 이유는 전형적인 표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면과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의 음악사용과 조명들, 무용수들의 감정과 심리를 표현하는 표정과 움직임들이 그러했다. 사람의 상처의 기억에서 여자의 성적 폭력의 경험이 그 기억으로 설정되어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비명소리와 거친 숨소리, 붉은 조명, 마지막에 피까지.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무용수들의 감정표현도 너무 전형적이었던 것 같다. 고통, 외로움, 눈물, 웃음...
이 작품을 통해 무용 작품에 있어 서사적인 구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익숙한 형식이 아닌 무용의, 몸의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2. 커튼 콜 curtain call 안무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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