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스캔들과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벽감 상문

 1  비보이 스캔들과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벽감 상문-1
 2  비보이 스캔들과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벽감 상문-2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비보이 스캔들과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벽감 상문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비보이 스캔들,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벽
내 동생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소설 속의 유리처럼. 이제 수능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일 년하고 몇 달 정도 앞두고 있다. 동생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해외의 인디 밴드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미술관의 유화 냄새와 독립 영화관의 콤콤한 냄새를 사랑하는 아이다. 또래 남자 아이들이 축구와 야구를 즐겨보고 pc방에서 영혼을 팔고 있을 때 그 녀석은 박민규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 벽 하나 사이로 무슨 음악을 듣는지 누구와 통화하는지도 다 들리는 우리의 방은 참 멀다. 어쩌다 동시에 방문을 열고 나와 마주치면 밥 먹었니 학원 언제 가니 정도가 내가 하는, 할 수 있는 말이다. 감성적이고 참 마음씨 착한 아이가 바로 내 동생이라는 것에 마음이 놓이다가도, 동생이 어리숙한 표정으로 “우리 반 애들은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물으면 기겁을 할 때가 있다. 당장 다음 주인 수학 기말고사 대신, 대학 가는 데는 필요도 없는 미술 수행평가를 일주일 째 붙잡고 있는 그 녀석이 미련스러워 보였다. 그렇다고 명확한 꿈이 있는 것도 머리가 좋아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잘나오는 아이는 아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보기에 참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보인다. 어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결국 잔소리를 한참 해버렸다. 그러다 비보이 스캔들을 읽었다. 소설 속 세계는 어쩌면 나도 겪었던, 그리고 저 벽 너머 동거하는 내 동생이 겪고 있을 현실이었다.
소설 속에서 점수 별로 분반 된 교실에서 눈치를 보고, 점수는 인생의 전부라고 세뇌당하며 어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슬픈 몸짓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서글펐다. 소설 속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라서 더 마음 아팠다. 사실 고백하건대 나도 알고 있다. 평균보다도 낮은 수학 점수가, 자꾸만 미끄러지는 모의고사 점수가 그리 목숨 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외압 때문인지, 야자도 없이 오후 세시면 파하는 강남 8학군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참 외로웠다. 기사 아저씨나 엄마의 손에 이끌려 운동장에 바퀴자국으로 잔뜩 남긴 채 학교를 떠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점수에 연연했고 나는 그렇게 뒤쳐진 채 불안해하면서도 시 쪼가리를 읽었다. 어쩌면 동생은 나를 꼭 닮아있다. 점수에 대한 잔소리를 하면 그 아이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동생은 프린스 영후처럼 자신만의 멋진 세계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끔찍하고 추악한 굴레에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건 없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명확한 아이니까. 그렇다면, 나도 한때는 동생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왜 이런 어른이 돼버린 걸까.
이 소설이 내게 참 고마운 이유는 동생을 이해하게 해줘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나를 이해하게 해줘서다. 여섯 개의 시선을 통해 ‘유리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비보이 스캔들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만이 진실’ 이라는 보편적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다시금 확인시키며 반성하게 한다. 동생에 대한 나의 태도는 학생의 점수를, 아니 그들의 실적을 올리는 데만 애쓰는 선생들이나 학부모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소설 속 선생들 역시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진학하면, 내신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수능을 망치고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해도, 남들보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아도 인생이 불행해지는 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 역시 선생들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대학에 와보니 알겠더라.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했던 점수의 문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 보다 하찮은 것임을.
그럼에도 나는 동생에게 여전히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나아가 대학생들이 점수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고 외치면서도 내 동생만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가족만은 최고로 잘나가야 하고 좋은 것만 가지기를 바라는 위선적인 사람이 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 눈에는 철없고 치기어려보이기만 하는 동생이, 다른 시선에서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즉 착실히 제 점수를 챙기는 것보다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동생이 정말 프린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가 제 인생의 전부인양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틀 속에서 조금은 다르게 행동하는 동생의 모습은 프린스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안 뿐만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 지도 생각 못한 채 사회가 그려놓은 틀을 맴돌며 살아간다. 아직 밤새 코피 터뜨려가며 시험 준비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저 좋아하는 것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동생이지만, 여전히 프로메테우스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세상의 틀을 바꿔나갈 것이라 믿는다. 나처럼 다 알면서도 묵인하는 괴물이 되지는 않길 빌면서. 오늘은 가장 가깝고도 견고한 내 옆 방의 문을 두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