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의사회 수업
사실 재미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묻지도 않고 열심히 나 혼자 내달리고 있었으니까... 그렇긴 했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의 쪽지 한 귀퉁이에 쓰여 있던 그 글귀가 지금껏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이제 이쯤에서 나의 사회 수업을 돌이켜 보자.
‘최악의 사회수업’이라는 글귀를 써 놓고 난 지금 망설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수업을 골라서 써야 할까? 그만큼 내겐 가슴 아픈(?) 기억의 사회 수업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6학년 1학기 사회수업이었다. 1-(3)-③ 두 차례의 전란극복 단원이었고, 학습 주제는 병자호란의 발생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수업의 주안점은 발생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는 것 보다는 당시 후금에 대한 조선의 외교 정책에 대해 자기의 견해를 밝혀보고자 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임진왜란 이후 국내외 정세(명, 후금)와 병자호란의 전개과정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한 후, 당시 후금에 대한 조선의 외교정책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를 주제로 읽기 교과서에 실려 있던 ‘인조의 고민’이라는 교과서의 지문을 역할극으로 재구성하여 척화파와 주화파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어서 토론 활동을 통해 후금에 대한 조선에 외교정책에 대하여 자기의 견해를 밝혀보고, 인조의 입장이 되어 후금에 대한 외교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보는 것으로 수업의 결론을 맺고자 하였다. 수업의 결론에서 의도했던 것은 척화와 주화 어느 쪽을 지지하든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주고 싶었다. but...!!!
정말 ‘허걱’ 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읽기 교과서의 지문을 역할극으로 재구성하여 사회 수업에 가져왔던 까닭은 후금에 대한 외교정책이 척화와 주화로 나누어져야 했던 당시 상황을 좀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 병자호란을 수업의 주제로 정했던 것도 두 차례의 전란 극복이라는 소단원의 내용이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에 많은 무게를 싣고 있는 탓에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에 얹혀져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병자호란의 극복보다는 병자호란이 과연 일어나야만 했던 전쟁인지 고민해 보고 싶었고, 이어지는 북벌론과 북학론에 대해서도 단순한 찬반 의견 나눔이 아닌 각각의 주장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곱씹어 보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당연히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90% 이상이었고, 주화파의 입장에 대해서는 헤아려보려는 양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던 대안이 바로 읽기 교과서의 ‘인조의 고민’이었던 것이다. 읽기 교과서에서는 단지 서로 대립되는 주장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한 읽기 자료로서 ‘인조의 고민’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내용파악만 하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사회과 학습 자료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역할극으로 꾸몄던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생각의 범주를 넓혀보기 위해 사용한 자료가 아이들의 생각을 묶어두는 자료로 바뀌어버렸다. 후금의 외교정책에 대해 자기의 견해를 밝혀야 하는 순간... 아이들은 하나같이 역할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마치 자기 생각인 양 말하고 있었지만, 자기 견해라고 하면서 밝힌 주장에 대한 근거는 모두 역할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그대로였던 것이다. 정말 공들인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었지만, 살아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병자호란의 주역이었던 김상헌과 최명길이 수업에서 되살아나기를 바랬다. 그러나 정작 수업은 짜여진 극본에 불과했었고, 아이들의 생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수업이 아니었을까???
‘최악의 사회수업’에 대비되는 ‘최고의 사회수업’에 대해 쓰고 싶지만, 아직은 최고라고 스스로 평할 수 있을 만한 수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 부끄럽게도...!!!
그래서 수업의 질과는 상관없이 뿌듯했던... 아이들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대견스러워보였던 사회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역시 6학년 1학기 사회수업. 학습 주제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밝혀 토론해보는 내용이었다. 학습을 위해 흥선대원군을 피고로 하는 모의재판을 하였다. 모의재판의 내용을 통해 흥선대원군이 서양과의 통상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밝혔고, 그로 인해 조선의 근대화가 늦어졌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하였다. 모의재판 후 역할극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이 배심원이 되어 흥선대원군의 유무죄를 주장함으로써 흥선대원군의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보는 수업이었다. 사실 그 해 아이들은 유난스레 말썽꾸러기들이 많았었다. 정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고, 생각을 충분히 나누기엔 수업시간 부족이 예상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토론 수업을 할 때마다 늘 부딪쳤던 문제는 서로의 생각이 찬반에서 머물며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동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관없이 그냥 자기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토론- 그야말로 토론이 안 되는 토론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날 수업에서도 가장 걱정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조금씩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론을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찬반과 상관없이 그에 대한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평소 수업과는 다른, 뭔가 좀 되는 듯한 토론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 또한 그것이 공개수업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고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손톱만큼의 차이였지만, 내겐 큰 의미가 있었던 ‘차이’였다. 감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 때 손을 번쩍 든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늘 수업시간에 엉뚱한 소리를 해서 한마디로 수업의 물을 흐려(?)놓는 상습범이었던 ○○이였다. 순간 시켜야 할지 망설이긴 했지만, 너무나도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어올린 그 녀석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정말 뜻밖에도 너무나 진지하게 조상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달았노라고 의젓하게 말하고 있었다. 녀석에게서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대답이었다. ^*^... 그렇게 수업은 끝났다.
남들은 나의 수업을 어떻게 봤을지 모른다. 늘 어떤 수업을 해도 만족스러운 수업은 없었다. 그 날의 수업도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 부족했던 점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그날은 수업을 마치고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은 눈치 챌 수 없었겠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음을...!!! 기특한 녀석들... 새삼 그 녀석들이 보고 싶어진다.
일주일에 3시간... 사회수업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회교과를 좋아한다. 그러나 사회 수업은 어렵다. 사회교과를 좋아하는 것과 사회 수업을 잘 하는 것은 서로 연관이 있을 듯도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러나 좋아하는 탓에 즐겨하게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덕분에 나의 사회 수업은 일정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사 발표하는 수업을 하기도 하고, 역할극으로 수업을 꾸리기도 하고, 특별한 신문기사가 있을 때는 그것으로 수업을 이끌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책 만들기 활동을 사회과 수업에 가져다 쓰기도 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수업은 토론 수업이다. 아이들은 아직 토론 기술이 부족하고 그래서 말도 서툴고 생각도 거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내가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토론 수업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사회수업시간 나는 힘겹다. 학습 진도를 맞추느라 열심히 책과 씨름하며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그다지 반기는 기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빨리 시험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이들과 매한가지이다. 이렇듯 내가 발버둥치고 있음에도 우리 반 아이들의 사회 성적은 학년 1등을 늘 놓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나의 사회수업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학년 초에는 사회교과를 좋아하던 녀석들이 4~5명 정도에 그치던 것이 학년 말에 이르러서는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나처럼 ‘사회’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절반이 내게 남겨진 과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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