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안지추(顔之推)라는 중국의 지식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극심한 혼란과 분열의 시대였던 남북조 시대에 때로는 관리, 때로는 포로가 되어 다섯 나라를 전전했다. 세상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난세에 가정교육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깨달은 그는 생을 마치기 전 작심하고 가훈을 썼다. 중국사상 최고의 가훈으로 일컬어지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이다.
안지추는 내세울 재산이나 배경도 없고 정착할 집도 불확실한 ‘위기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깨어있는 눈과 마음을 갖고 아버지의 존재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이었다. 그의 가문은 고관대작은 별로 안보여도 학자 안사고, 서예가 안진경 등 반듯한 인재들을 적잖이 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가정교육의 주요 시사점이 될 수 있는 중국의 안지추(顔之推)를 고찰함으로써, 현재 우리의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고, 부모 된 사람으로서 자신을 역할과 자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봄으로써 건강한 가정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2. 안지추의 생애
《顔氏家訓》의 저자인 안지추는 양 대통 삼년(서기531년)에 태어나서 서위, 북제, 북주를 거쳐 수에 이르러 일생을 마쳤으나 그 정확한 사망년도는 알 수 없다. 다만 안지추가 생존했던 시기는 6세기 중반인 남북조시대의 말기로 중국 역사상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볼 때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안지추는 자가 개이고 양의 금릉 사람으로 본적은 랑아임기(지금의 산동성 임기현)이며, 강남안씨 시조인 안함의 자손이다. 안함은 진원제를 따라 동도하여 상우령을 시초로 서평현후, 시중, 오군태수등을 역임한 왕조의 창건에 공적을 세운 사대부였다. 안함은 모, 겸, 약의 三子를 두었는데 모는 황문랑, 시중, 광록훈을 겸은 안성태수를 약은 령릉태수를 지내는 등 이들 이후로 안씨는 중앙정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않는다.
안함이후로 안지추의 할아버지인 안견원은 남제의 형주자사로 강릉을 진압하고서 천자인 화제에게 총애를 받았다. 화제는 양의 무제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남제는 멸망당하고 만다. 안견원은 분개하여 화제시절 그가 재직하였던 강릉에서 절식하고 수 일 만에 죽었다. 이에 무제는 “나는 스스로 천명에 응하고 사람들의 뜻에 좇았건만 어찌 사대부의 일을 예상했으랴? 견원이 이 모양이 되고 말았구나”라고 하며 안견원의 행위를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여기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안견원의 순사로 인하여 그의 아들이자 안지추의 아버지인 안협은 외삼촌 사간에 의해 양육 받게 된다.
안협은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어 총명하여 군서를 섭렵하였으며 특히 초서와 예서에 뛰어났었다.
그는 상동왕 소역아래서 왕국상시, 부기실, 정기실을 지냈으나 父親 견원의 순사로 인한 가문의 사의는 물론 출세에 뜻을 두지않아 중앙정부의 부름에도 출사하지 않고 539년 42세로 죽었다. 이에 상동왕 소역은 〈회구시〉를 지어 그를 기렸는데 이를 보아 훌륭한 학문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안지추는 그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박정도(1997).「안지추의 교육사상사」,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강신웅(1997), 「안지추의 정치처세론 소고」, 중국어문론집.
심정렬(1997). 「안씨가훈 연구」, 한국 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박성진(1993). 「안지추 문학론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신부영(2004). 안지추의 교육사상.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청구논문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편(1994), 교육학용어사전 1판. 도서출판 하우
【부 록】
ㅡ 욕심은 마음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고, 뜻은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
ㅡ 군자는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
ㅡ 본디 학문이란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 봄에는 그 꽃을 감상하고, 가을에는 그 열매를 거둔다. 강론하거나 글을 짓는 것은 봄이 꽃을 감상하는 것과 같으며, 인격을 닦고 행동에 도움을 주는 것은 가을에 열매를 따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ㅡ 어린 녀석들의 개구진 장난을 멈추려면 훈장님의 훈계보다는 유모의 명령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형제들 사이의 말다툼이라면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들먹이며 어려운 도리를 꺼내기보다는 마누라의 회유가 더욱 효과적이다.
ㅡ 천재는 가르치지 않더라도 크게 완성된다. 그리고 본래 바보는 가르치더라도 결국 나아지는 것이 없다. 평범한 사람이야말로 교육하지 않으면 사람됨을 알지 못한다.
ㅡ 형제관계는 남남끼리 와는 다르다. 서로에게 바라는 마음이 깊으니 원망하기 쉽지만, 본디 피를 나눈 가까운 사이이니 쉽게 풀어진다.
ㅡ 형제의 아내들, 곧 동서끼리란 아무튼 옥신각신하게 되는 진원지이다. 이런 동서들과 함께 사는 것은 저마다 네 바다 저편의 먼 곳에서 살게 하는 것만 못한 일이다. 이렇게 떨어져 살면서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서로를 걱정하고, 해와 달이 바뀌는 것을 우러러보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ㅡ 검소함이란 낭비를 줄이고 예절의 본래 정신에 맞게 사는 것을 말한다. 인색함이란 정말로 곤란하고 위급할 때에도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 않는 태도이다.
ㅡ 너무 너그러우면 모두가 나빠진다.
ㅡ 여자들은 대부분 딸의 사위는 귀여워하면서 아들의 며느리는 무척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ㅡ 사람이 한번 이별하기는 쉬워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별을 소중히 여겼다. -중략-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눈물이 적은 사람도 있다. 마음으로는 애간장이 끊어지도록 애달픈 생각을 하더라도, 눈으로는 오히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빛나는 사람도 있다.
ㅡ 어려서 배우는 것은 해돋이 때 빛 속을 가는 것과 같고, 늙어서 배우는 것은 초롱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기는 하다. 그래도 눈을 감은 채 아무것도 보지 않은 자보다는 현명하다.
ㅡ 문을 걸어 잠그고 누구와도 사귀지 않고서 책읽기에만 전념하여, 제 마음에만 맞아떨어지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나가 보면 뜻밖에도 잘못 알고 틀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ㅡ 최상급의 인물은 명성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 중급의 인물은 명성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최하급의 인물은 명성을 훔쳐서라도 가지려고 한다.
ㅡ 아주 성실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믿지 않고, 너무 고결하게 행동하면 세상 사람들이 간혹 의심을 품게 된다. 이것은 모두 그 말과 행동에 대한 명성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전혀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ㅡ 팔방미인이 되기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라.
ㅡ 무릇 나라가 요구하는 인재는 다음 여섯 부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중앙 정부의 벼슬아치이다. 이들은 정치의 도리를 잘 알고, 정책을 보는 시야가 매우 넓고 깊이가 있는 인물이다. 둘째, 문학과 사학에 능통한 벼슬아치이다. 이들은 헌법이나 법률을 잘 기초하고 역사를 기록하여, 앞선 경험과 교훈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인물이다. 셋째, 군사 담당 벼슬아치이다. 이들은 결단력과 책략에 뛰어나며, 육체가 강건하고 충분히 훈련되어 있는 인물이다. 넷째, 지방 담당 벼슬아치이다. 이들은 백성들의 생활과 풍속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청렴한 인물들이다. 다섯째, 외교관이다. 이들은 국제 정치의 변화를 잘 파악하여 최선의 방법을 택하여 군주의 사명을 욕보이지 않고 완수하는 인물이다. 여섯째, 건설 담당 벼슬아치이다. 이들은 계획의 효과를 재보고 그에 맞는 비용을 적절하게 맞추며, 실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에 뛰어난 인물이다.
ㅡ 이른바 세상의 문학하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의 견해를 말하여 보겠다. 그들은 역사 속의 모든 일에 관해서 마치 손바닥 위에 놓은 물건을 감정하듯이 이러니저러니 분명하게 평가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무엇이든 실제 직무를 맡겨 보면, 대부분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대체로 그들은 태평스러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멸망과 혼란의 불행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중앙의 좋은 관청에 앉아 있으니, 전쟁터에서의 전략의 급박함도 모른다. 더구나 많은 봉급과 수입을 받으므로 농민들이 밭갈고 거두는 작업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알지 못한다. 게다가 낮은 아전이나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끌려나와 노역하는 고통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꼴이니 세상의 문제에 대응하여 적절하게 임무를 다하기 어렵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ㅡ 이것저것 많은 관심보다는 한 가지에 미쳐라.
ㅡ 잘 달리는 동물은 날개가 없다. 잘 날아다니는 동물은 다리가 적다. 뿔이 있는 동물은 어금니가 없다. 뒷다리가 강한 동물은 앞발이 없다.
ㅡ 이익을 얻기 위해 의견을 말하지 말라.
ㅡ 묵자의 무리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을 세상에서 뜨거운 배를 가진 사람들이라 부르고, 양주의 무리처럼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을 세상에서 차가운 창자를 가진 사람들이라 부른다. 그러나 창자는 참으로 차가워질 수 없고, 배는 참으로 뜨거워질 수 없다. 마땅히 언제나 도덕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닦을 뿐이다.
ㅡ 손님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향례를 돕는 사람은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싸움을 거드는 사람은 상처를 입는다.
ㅡ 욕심은 적당한 데서 멈춰야 한다.
ㅡ 적절하게 살고 제대로 죽을 줄 아는 것이 양생법이다.
ㅡ 제대로 죽을 줄 알아야 한다.
ㅡ 응급처치 정도의 의학 지식은 필수 교양이다.
ㅡ 음악을 가까이하되 미치지는 마라
ㅡ 모나지 않고 조용하게 삶을 정리해다오.
ㅡ 쉰 살까지 살면, 요절은 아니다.
ㅡ 부디 죽어 썩어버린 나의 무덤 따위에 미련을 두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몰락해 버리는 운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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