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갑오경장 이후 문인을 길러내기 위한 제도로서의 교육이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행해지기 시작한 해는 1953년 5월 23일 재단법인 서라벌예술학교가 문교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아 문예창작학과 연극영화학과 음악과 3개 학과를 개설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당시에는 국문과나 영문과는 있었지만 문학을 예술 분야의 하나로 간주하여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는 학과는 없었습니다. 이런 시작이 결코 인정받고 좋은 평은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그 후 기존 대학 교수들의 우려는 몇 년 안에 불식되었고, 전국에 하나밖에 없던 문예창작과는 80년대에 들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지금은 육십여 개 대학교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시인 소설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습작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문학의 위기설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지만 이러한 외형상의 확장은 과연 문학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시 창작 교육의 문제점
→ 작가는 시 창작 교육의 문제점을 경험을 토대로 하여 여덟 가지로 기록했습니다.
첫째, 중 고등학교에서의 문학 교육은 입시 문제 풀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입시 문제 풀이에 집착 하다보니 시를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시는 스스로 느끼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접하다보니 시를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입니다.
둘째,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문학, 특히 시의 영향력 약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영상의 순간성 동시성 직접성 감정적 반응 등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감수성을 계발하고, 세계를 보는 안목을 갖지 않습니다.
셋째, 근년에는 시인과 소설가의 꿈을 갖고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문예창작학과의 커리큘럼은 예나 지금이나 시와 소설에 집중되어 있지만 학생들은 극작가 방송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과 학생의 꿈이 분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넷째, 교수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학생의 수가 많아 개인 지도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현재의 교수 대 학생의 수는 학생의 개성을 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그 많은 학생의 작품을 일일이 평해 주기도 어렵습니다.
다섯째, 독서 체험의 부족은 오늘날 거의 모든 대학생의 공통점입니다. 실기 위주의 문예창작학과 수업과정에서 폭넓은 독서는 사실상 쉽지 않고 문예창작학과 학생이라고 하여 책을 특별히 많이 읽고 있지도 않습니다.
여섯째, 우리 식의 등단제도는 대학 문학창작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심사위원의 판단 착오와 출판사의 전략, 문예지의 편집 의도, 매스컴의 호도 등에 문학창작교육 자체가 결정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소설을 공부하는 학생은 소설가를, 시를 공부하는 학생은 시인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교수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의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여덟째, 현행 문예창작학과 커리큘럼으로는 우리 고전시가와 국문학사의 주요 시인들, 그리고 외국시에 대한 공부를 거의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결론을 대신하여
→ 시인은 넘쳐나되 독자는 시집을 외면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등단을 위주로 하는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해야 될 때가 된 것입니다. 문예창작학과의 존립 이유를 학생들의 다수 등단에 두는 것이 나쁠 수는 없지만 문학 애독자가 되게 하여 문화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와 아울러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과 과정의 개설과 방과 후 지도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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