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에 간다를 읽고 나서
이곳 주인공의 처음 자주 갔던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이다. 하지만 초록색 조끼를 입은 세븐일레븐 사장의 계속되는 사적인 말에 여자는 더 이상 세븐일레븐을 찾지 않는다. 여자가 두 번째 찾은 편의점은 패밀리마트이다. 하지만 패밀리마트에서도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의 불친절로 인해서 발길을 끊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이십대 중반의 말수가 적고 무심한 청년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있는 큐마트 단골이 되고 만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현대인의 피상적인 관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현대인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세븐일레븐에서 사장이 사적인 질문을 하자 바로 발길을 끊어버린다. 포장마차에서 또한 주인 아들이 사적인 질문을 하자 바로 발길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결국 말수가 적고 무심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아르바이트로 있는 큐마트를 선택한다.
작가가 편의점을 소재로 한 것도 그런 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과 계산에 관련된 말 빼고는 별로 한 적이 없었다. 자주 오는 손님의 인적사항도 몰랐다. 카페라떼 한 캔과 던힐 한 갑을 자주 사가던 그녀, 올 때마다 88라이트 한 보루를 사가시던 아저씨, 매일 삼각김밥 두개를 사가던 꼬마, 100원짜리 껌을 사며 나를 성가시게 했던 초등학생, 막걸리를 자주 사가시던 할아버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로또 11000원어치를 사가시던 아저씨, 티머니로 샌드위치를 계산하던 중학생, 다이제 하나를 자주 사가던 꼬맹이, 나는 위 사람들과 계산에 관한 꼭 필요한 말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나는 이들이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머하는 사람들인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 임무에 충실할 뿐이었다. 마치 여기에서 나오는 큐마트의 아르바이트생처럼....
나는 여고생이 뺑소니에 치인 장면을 가장 주의 깊게 읽었다. 주인공이 편의점에 있을 때 여고생이 차에 치이고 만다. 여고생의 머리가 박살난 채, 희멀건 하체를 들어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고생의 끔찍한 모습 탓인지 아무도 여고생의 곁에 다가가지 않는다. 그때 파란색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다가가서 올라간 치마를 원상태로 해준다.
나는 이 장면이 현대인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극대화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위급한 상황인대도 눈치만 보다니. 정말 현대사회의 인간의 전형을 보는거 같았다.
그러다 다시 주인공이 일상으로 돌아가 편의점에 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당신이 만약 편의점에 간다면 주위를 살펴라. 당신 옆의 한 여자가 편의점에서 물을 살 때, 그것은 약을 먹기 위함이며, 당신 뒤의 남자가 편의점에서 면도날을 살 때, 그것은 손을 긋기 위함이며, 당신 앞의 소년이 휴지를 살 때, 그것은 병든 노모의 밑을 닦이 위함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문장은 이 글의 주제를 암시하는 문장이었다. 글쓴이가 글을 쓴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정말 현대인은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하면서 살고 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하며 위험한 사건이 터져도 서로 눈치만 본다. 이웃에게는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이웃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른다.
우리도 이제 피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주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그런 현대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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