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독후감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약간 짜증이 났다. 노인의 광기를 계속 읽고 있노라니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인네가 소설책에 빠져 노망이 난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다지 좋은 모양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득 돈키호테가 꼭 소설 속의 주인공의 모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돈키호테의 기사 담을 진실로 믿는 모습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책은 절대적인 진리이며 거짓됨이 없다고 믿고 활자화 되어있는 내용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었다. 나는 돈키호테처럼 직접적으로 광기를 부리지는 않았지만 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그려진 돈키호테의 광기는 내가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고도 그것이 옳은 줄 알고 그 지식을 사용한 것에 비유되는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책은 인간이 썼다. 그러므로 책에도 틀린 내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절대적으로 믿어버리는 나는 돈키호테를 비판할 입장은 안 되는 것 같다.
돈키호테는 비록 광기가 있었으나 주위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는 나에게 있어서 틀린 지식을 고집하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하는 생각을 타인들이 이상히 여긴다고 하더라도 굽히지 말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는 죽을 때 미치지 않고 제정신인 상태에서 죽었다. 차라리 미쳐버린 상태에서 죽었다면 그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원인은 기사 담을 내포한 책이다. 활자에는 거짓과 허구와 왜곡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맹신해버리는 결과는 불행함을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그의 시종역할을 해준 산초에게서는 바보스럽지만 착한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비록 출세를 위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가장으로서 집을 버리고 돈키호테를 따라간 점은 비판한다.
책의 맨 뒤에 저자 약력에 세르반테스는 이 책을 쓴 목적이 ‘기사도 이야기가 세상에서 갖는 권세와 명성을 타도하기 위해서’ 라고 쓰여 있었다. 이 부분을 읽고 갑자기 공감이 간다. 미쳐버린 돈키호테의 행동과 언행을 통하여 기사도에 대한 반감이 무의식중에 생겼던 것이다. 나는 저자의 목적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키호테》의 문학사적 큰 가지 중 하나는 그 때까지 일관되어 오던 낡은 형식인 기사 담을 타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돈키호테》는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에서 기사도를 지워버렸고 나에게는 인쇄된 활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자신의 의지를 굳게 지킬 것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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