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영화감상문
극은 사과 더미 속에 누워있는 한 노인의 낮잠으로 시작한다. 사과는 주인공인 노년배우의 집념과 노력의 결실을 상징한다. 다량의 사과를 수확하고 오수에 젖어드는 그의 모습을 통해, 수 많은 작품들과 배우로서의 명성과 같은, 원로 배우로서 그의 인생을 대변하고 있다. 이내 노년의 배우는 다시금 옛 회상에 접어들며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진행된다. 극에 삽입 된 피아노 연주를 제외한 영상의 오디오는 중반부 회상 씬에서 나체로 누워있는 여배우가 내는 기침 소리가 유일한데, 이 한 번의 기침 소리는 마치 단잠을 자고 있는 듯 자신에게 편안히 기대어 있는 주인공을 깨운다. 그 순간 달콤했던 회상의 순간은 끝이 난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주인공은 단순히 전달자로서 영화적 장치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극중 내러티브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여성과 키스하는 장면 그리고 배 위에서 노를 젓는 모습 등은, 본인이 맡았던 역할과 똑같은 행동들을 현재의 모습과 병치하고 있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특히, 현재의 시점에서 아주머니에게 키스를 하고 나서 욕을 먹지만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모습은 마치 세월의 무상함을 부정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여, 관객의 입장에서 그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후반부, 주인공이 잠에서 깬 후 들고 있는 시계에 귀를 가져다 대는 장면은,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시계라는 피상적 대상으로 승화시켜 주인공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무감각하게 반응하지만 후에 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를 인지하고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깨친 다는 뜻을 내비친다.
영화의 기법에 관해 이야기 한다면, 영화 전체에 프레임 수를 늘려 슬로우 모션 기법 적용한 점과 잔잔하고 느린 선율의 피아노 곡은, 10분의 러닝타임 안에서도 체감 시간은 길게 느껴지게 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중간 중간에 자전거를 타는 여인들을 몰래 훔쳐보다가 철조망에 코가 찔리는 장면이나 사과가 머리 위로 떨어지자 나무를 한 번 쳐다보는 장면 등과 같은 유머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이를 극복하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주인공이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의 장면으로 중복된다. 잔잔하게 흐르던 피아노 선율처럼 표현 된 주인공의 인생 스토리의 마지막은 연주곡의 마무리처럼 다시 처음 도입부로 돌아가는 듯 한 느낌을 통해 표현되었다. 인생은 한곡의 연주곡이고 우리들의 하루 하루가 음표가 되어 하나의 악보를 이루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당신에게 10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있을 때의 10분과 시험이 끝나기 전 남은 10분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10분을 활용하여 시간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 영화가 있다. 바로 ‘Ten Minutes Older : The Cello’ 이다. 80분짜리 길이의 러닝타임 속에 시간에 대하여 8명의 감독의 8가지 시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보는 관객들을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러움과 지루함을 제공한다.
우울하고도 갑갑하게 느껴지는 첼로의 선율을 통해 시작되는 8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진 8명의 감독들의 정신을 반영하듯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노인을 위해 물을 뜨러 갔다가 결혼에 자식까지 얻고 우연찮은 사고를 통해 다시 돌아온 한 남자, 그리고 그를 하루 종일 기다리던 노인을 담아낸 ‘물의이야기’와 단지 한 남자를 한 순간순간으로만 보여주면서 그가 젊었을 때부터 나이 들어가는 것까지를 보여주는 ‘한 순간’ 은 10분간 한 남자의 일생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생이 덧없음을 보여주는 ‘물의 이야기’에 비해서 ‘한 순간’은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영화에는 단순히 사람의 일생을 통해 생각을 드러낸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평범한 일상일 지라도 10분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10분 후’도 있고 단순히 10분동안 어려운 대화만이 주구장창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Ten Minutes Older : The Cello’는 우리가 흘려보내는 10분이란 단지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지만 이 순간들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 주는 영화이다. 누구나 이 영화를 접하게 되면 내가 왜 이것을 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는 오히려 제작자의 의도일 지도 모른다. 10분씩을 8번이나 투자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영화를 보면서 80분간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 속에서 단순히 ‘시간만 버렸다’가 아닌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주어진 10분을 누구보다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0분이라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10년인 것 같이 무료하기만 한 시간, 누군가에게는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꿀 중요한 시간이다. Ten Minutes The cello에 수록된 Ten Minutes Older의 중년의 여성에게 10분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행복했던 시간을 담은 동영상을 되돌려보는 주인공은 한 순간에 일어난 끔찍한 일은 되돌리지 못한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말. 이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과 대조된다. 영화 속 지속적으로 들리는 시계 바늘 돌아가는 소리는 되돌아갈 수 없는 묵묵히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 같아 더욱 그녀가 측은해진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느낀 바가 있다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 같다. 십분 뒤 혹은 몇 초 뒤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에 사람들은 앞날을 걱정하며 매사에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도 있다. 혹은 앞날을 모르기에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추천하고 싶다. 하루하루 뒤쳐질까 불안해 하는 현대인들에게 미래까지도 불안을 주는 요인이라면 너무나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 ‘쿵푸팬더’에 나온 대사가 있다. "Yesterday is a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PRESENT. 현재는 선물이다. 즐기자! 이러한 생각이 들어도 영화를 보고 머릿속 깊게 남아 있는 생각은 주인공이 너무나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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