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감상문
2005년 11월 18일 .. 내가 찾아간 그 곳은 어느 허름한 시골 세탁소였다. 무수히 쌓여있는 옷들과 “오아시스 세탁소”라 쓰여있는 간판은 나로 하여금 다시 무대위로 불러 들이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무대에 모습을 보며 설레고 있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상당한 불쾌함이었다. 바닥에 앉아서 봐야하는 관객석엔 키가 작고 치마를 입고 온 나에게는 상당히 불편하고 앞 사람으로 인해 무대를 잘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거기다 그날따라 단체관람이 많았던 날이었는지, 계속 밀려드는 사람들은 공연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도 계속 밀려와서 결국 방석을 깔고 무대 왼쪽 끝에 앉아 “오아시스 세탁소” 간판을 가리고 시작 전 관객이 옮겨 놓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그렇게 불쾌한 기분으로 앉아 있던 즈음.. 사랑스러운 슈퍼타이를 주는 이벤트 타임이 열렸다. 아쉬운건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받았다는 것이다. 기숙사에 가져왔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슬프다. 경품 증정행사(?)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며 알수없는 신음소리로 극을 맞이하였다.
이미 나에게 공연의 내용과 극의 플롯은 중요하지 않았다. 들어갔을 때부터 내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 완벽한 무대재현부터 막대한 량의 의상, 스팀을 뿜는 다리미 등등 공연의 내용 외의 모든 것에 설레고 있었다.
“애들 아버지에요- 이 오아시스 세탁소 사- .. 음음 .. 주인이올시다. 어디 일 저지를 사람으로 보여요?”
라는 장민숙의 멘트에 관객들 모두는 쫑긋 귀를 기울이고 이미 공연에 몰두중이였다. 머릿속에 이미 저 사람은 누구겠구나.. 하며 앞의 내용을 생각하니 시작부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장민숙의 계속되는 말에 주저 앉아버린 강태국의 모습은..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건 아직도 왜 그랬나 모르겠다. “보러왔으니 보십시오..”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강태국.. 극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불효자, 무명배우, 술집여자, 꼬마 이야기 등.. 어쩌면 내 옆집 사람이,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우리 주위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주며 오아시스 세탁소가 얼마나 이름값 하는 세탁소인지 알려준다. 오아시스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한모금의 물이 그 어떤 것 보다 귀한..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사막 한가운데 쭉쭉 뻗은 나무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푸른 물.. 그게 오아시스이다.. 거기에다 이곳은 세탁소이다.. 지친 삶 편히 쉬게 해주고 때까지 빨아주는 곳.. 그게 바로 오아시스 세탁소인 것이다..
물론 이 극은 언제나 생각해왔듯이 “오아시스 세탁소”라는 곳에 시점이 더 맞추어져 있는 듯 해서 “습격사건”은 후다닥 진행되고 해결되어 버린다. 돈에 현혹되어 자신의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세탁소 주위사람들을 동원해 세탁소를 아수라장을 만든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의 꿈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어학연수가 가고싶은 딸과 보내주고 싶은 엄마, 부도나는 아들과 이제 사람답게 살고싶은 간병인.. 단지 그 뿐인데 때가 꼈을 뿐인 것이다. 까맣게 입은 사람들이 결국 돈 때문에 눈이 멀어 세탁기 안에 들어가고..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비누방울과 함께 하얗게 빨려서 나온다. 모두의 때를 빼주고 싶었던 일념.. 이번에 공연을 봤을 때 그런 의도를 느낀 건 내가 그렇게 의도를 했었기 때문인 걸까.. 내가 극을 올렸을 때, 우리의 의도는 단지 그 것이었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단순히 재밌게 보고 와서도 뭔가 가슴속에 ‘황금만능주의가 뭔가?’ 라는 무거운 주제를 준다. 그런 무거움을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 보고있을 때 까지 주기는 싫어서 인지 커튼콜은 환상적이고 밝은 이미지였던 것 같다.
백번도 넘게 읽어 본 대본과 몇 달을 고민하며 만든 나의 공연을 보여주는 원작품 그대로의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내게는 약 1년여만에 열어본 대본 그 자체였다. 모든 이야기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극은 나를 계속 무대안으로 끌고 들어와 집어 삼켜버렸다.
“사람이 다 먼진데 먼지타령은 - ”
“인생세탁 마음세탁”
“내가 세탁하는건 말이다. 니가 아니다. 바로 니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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