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가능한 인생
『아주 작은 차이(A bit of difference)』, 세피 아타 지음, 인터링크북스.
- 이 소설에서는 런던에 사는 데올라 벨로우라는 39세 나이지리아 여성의 몇 달을 그리고 있다. 극적인 사건은 별로 없다. 데올라는 애틀랜타로 출장을 가고, 런던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고향 나이지리아로 갔다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다. 별로 납득이 되지 않는 사명을 가진 어느 국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며, 자신이 싱글이라는 사실이 싫다. 아타의 섬세한 문체와 데올라에게 주어진 풍자적인 유머감각이 이 소설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소설을 위한 소설’이다. 몇몇 장면에서 데올라와 그녀의 친구 밴델은 외국인 독자들이 접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가 한결같이 비극적이라는 사실에 애석해 한다. “많이 죽을수록 더 좋다는 거지.” 라는 밴델의 한 마디가 이를 반영한다. 잔잔하게 웃음을 주는 아타의 소설은 분명 이러한 경향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를 띠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Leonardo and the Last Supper)』, 로스 킹 지음, 워커.
- 을 그릴 자금을 받았을 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전혀 끝마치지 못한) 거대한 말 모양의 청동상과 각종 비행기, 소화집(笑話集) 제작을 한꺼번에 하고 있었다. 이 생생한 역사를 통해 저자 킹은, 다 빈치가 그의 일생 대부분에서 “미적거리고 심지어 믿을 수 없으며, 일을 맡다가 그만두기 일쑤인 예술가”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 빈치는 자기 공책에, ‘내가 도대체 한 가지라도 끝마친 게 있었는가’ 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킹은 다 빈치를 포함해 열두 사도의 모델이었을 법한 인물들과, 작품에 얽힌 잘못된 소문들을 밝히면서 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저자는 이 작품이 1943년 공습 중에는 기적적으로 보존되고, 세기를 거듭하면서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설명한다.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열렬한 호기심을 묘사한 부분이다. 다 빈치는 “왜 하늘은 파란색인지” 알고 싶어서 밀라노 외곽의 한 산에 올라갔다. 인간을 (어쩌면 사자도) 해부하기도 했다. 그가 ‘해야 할 일’ 목록에는 ‘아비센나의 글에서 쓸 만한 발명품에 대한 내용 번역 구하기,’ ‘겨자 사기’, ‘해골 구하기’가 적혀 있었다.
『독일에서 독일까지(From Germany to Germany』, 귄터 그라스 지음, 크리슈나 윈스턴 번역, 휴튼미플린하코트.
- 1990년, 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 독일 작가는 일기를 쓰기로 작정한다. 그는 ‘(일기쓰기에) 익숙해지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적어 놓았는데, 과연 일기문의 사무적인 어조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그라스는 가끔 “스프링클러 호스를 원위치로 놓는 데 한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식으로 일상적인 일들을 적기도 하는데, 대부분 정치적 사건을 추적하는 글을 썼고 그가 불신하는 독일 통일 프로젝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글을 쓰려니 너무 시끄럽다. 통일 문제에, 걸프 위기에.” 라며 픽션은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량의 논설을 쓰며, 바츨라프 하벨과 같은 인사들뿐 아니라 독일 정치인들과도 만난다. 이 시기의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라스의 해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가 애초에 출판을 목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아비센나(Avicenna): 본명은 이븐 시나(Ibn Sina). 아라비아의 의사이자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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