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의 세계적 측면의 사태들을 알아보자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를 허용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2002년에 통과된 네덜란드의 안락사 법안은 ‘죽고 싶다’는 의사표현이 가능한 성인의 안락사만 허용했다. 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갓난아기 등은 안락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이들도 안락사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보완했다.
이 규정의 보완 이전에 네덜란드 당국은 2000년에 5명, 2001년에 7명, 2002년에 2명, 2003년에 3명의 갓난아기를 안락사시켰다고 밝혀 세계적인 안락사 반대단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안락사 반대단체들은 “나치와 싸웠던 위대한 국가가 나치가 했던 짓을 했다”며 비난했으며, 로마교황청도 “의사가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지 결코 결정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쪽은 개인의 생사에 국가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목숨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신(神)의 것이라는 종교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안락사로 위장한 살해가 가능하다는 것도 또 다른 반대 이유다.
적극적인 의미의 안락사 허용국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와 미국 오리건주뿐이다. 미국 오리건주는 94년 안락사법인 ‘존엄 사망법(Death with Dignity)’을 주민투표로 통과시켜 지금까지 171명 이상이 의사에게 치사량의 약을 처방받아 죽음을 택했다. 스위스는 타인의 안락사를 도울 수가 있고,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은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의사가 말기 환자의 안락사를 돕더라도 처벌하지 않아 사실상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사조력 자살은, 일련의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근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환자의 의식(정신)상태가 온전해야 하며, 의사조력 자살을 위한 처방전의 요구를 자의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2. 환자는 적절한 완화치료로 경감될 수 없는 통증과 고통이 있어야 한다.
3.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을 원하는 환자의 소망이 진지하고 굳은 결심임을 확인하는 대기 기간이 주어진다.
4. 담당의사는 독립된 기능을 가진 다른 의사로부터 2차 의견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살해 행위와는 엄연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
안락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살과는 전혀 다르다. 자살은 대체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며 격리되거나 은둔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로 인해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평생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상처를 안게 된다. 그러나 합법화된 안락사는 여러 가지 주변 여건을 숙고한 끝에 이루어지는 온건하고 평온한 죽음이며, 가족구성원의 협의와 도움이 필수적이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도움, 협의 하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진정제, 근육이완제, 모르핀, 전해질처럼 의료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약물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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