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미국에서는 기업 조직도 비교적 시장적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데, 이것은 기업 내 고용 관계가 단기적 관계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근래에는 지구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각국의 고유한 제도들이 강한 변화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으며, 과연 각 유형의 고유함이 유지될 것인가 또는 특정 방향으루 수렴할 것인가가 사회과학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렴론은 1950, 60년대에도 널리 유포된 바 있는데, 이때 수렴의 근거로 제시된 것은 기술이었다. 즉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각국의 정치, 경제구조가 유사하게 될 것이라는 논지였다. 이런 식의 수렴론은 쇠퇴했지만, 1980년대 이후 지구화를 배경으로 수렴론이 재등장한 것이다.
자본주의체제가 한쪽 방향으로 수렴한다고 할 때 그 방향은 시장 지배적 자본주의로의 수렴이다. 그리고 수렴을 초래하는 가장 주요한 메커니즘은 지구화에 따른 경쟁의 압력이다. 지구화에 따라 모든 국가가 전 지구차원의 경쟁에 휘말리게 되었고 이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가장 효율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이 시장 지배적인 체제라는 것이다. 특히 탈포드주의적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빠른 혁신과 유연성이 경쟁력의 기초가 되며, 시장적 체제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 행위자간의 협의와 합의를 중시하는 제도와 관행을 가지고 있는 경제체제에서는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이 저해되어 경제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한다고 지적된다. 1990년대 이후 독일과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지구화가 수렴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메커니즘은 국가 단위 경제정책의 유효성 감소이다. 여기에는 금융 자본의 지구화가 중요한 배경이다. 금융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화됨에 따라 각국 정부가 금융통제에 기초한 케인즈주의적 경제 운용을 하기가 어려워졌으며, 이것은 노사간 사회적 타협의 기초를 허물어 계급 타협에 기초하여 운영되어 온 제도나 정책들을 유지하게 어렵게 한다. 그 외에 지구화에 따라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른바 베스트 프랙티스가 모방되고 확산되는 거스 그리고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국내외적으로 가해지는 것도 수렴의 중요한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통합이 국가간 경쟁을 심화하고 자본 이동을 한층 가속화하여 각국 고유의 제도를 유지하게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관련 제도에 국한해 보면 또 다른 수렴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실업 문제다. 구미 국가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제도와 정책은 경직성 및 대량 실업의 원인으로 비판받았다. 노동시장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실업률이 높고, 노동시장이 가장 시장 원리에 충실하고 유연하게 작동하는 나라에서 실업률이 낮다는 사실이 그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유럽에서는 노동시장 및 복지제도를 영미형으로 바꾸라는 정치적 압력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수렴 전망에 대한 비판도 강력하다. 수렴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선 경험적으로 보아 각국의 제도나 정책의 수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여전히 각국에 고유한 제도와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론적으로도 수렴이론이 제시하는 근거들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지구화는 완전하지 않아서 각국 제도 및 정책이 작용할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으며, 상품시장에서의 경쟁도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이루어지며, 단일한 최선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장은 노동시장제도를 중심으로 수렴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며 그것이 전반부의 내용이다. 여기에서의 핵심 주장은 노동시장제도에 관한 한영미형 체제로의 수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시장위주 체제로의 수렴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을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다뤄지는 논의들은 결국 시장과 제도의 관계에 대한 일반 이론들이며, 이것들은 국내에도 이미 꽤 소개되었다. 하지만 노동시장제도를 중심으로 이 주제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분과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 종합적 시각에 선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새로운 접근을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각 이론에 대한 소개와 함께 약간의 비판적 평가도 해 볼 것이다.
2. 노동시장제도의 변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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