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신화

 1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신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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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신화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이시스(Isis)는 누트(Nut)의 딸이며 이집트의 모신(母神)이다. 그녀는 자신을 숭배하는 루카우스 아폴레이우스를 나귀로 변신시켜 한 차례 곤욕을 치르게 한 다음 그에게 다음과 같이 외쳤다.
나는 대자연, 우주적인 어머니, 모든 요소들의 여주인, 처음 태어난 시간의 자식, 영적인 것의 통치자, 사자(死者)의 여왕인 동시에 불사신의 여왕이자, 존재하는 모든 신들과 여신들이 드러내는 유일한 모습이다. 나는 저 드높은 하늘빛, 산뜻한 바닷바람, 명부(冥府)를 흐르는 고요마저 고개 짓 한 번으로 다스린다. 인간이 저희 쓰임에 따라 나를 섬기고, 갖가지 이름으로 나를 부르고, 서로 다른 의례로 내 비위를 맞추는 것은 온 세상이 나를 경모(敬慕)하고 있음이다.
이시스의 이러한 외침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신격이 얼마나 절대적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일을 관장하며 죽음을 통제하는 신으로 숭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여신이 숭배되는 사회는 모계사회였을 가능성이 높다. 모계 사회는 모권이 강조되는 사회이다. 스위스의 고전학자 바흐오펜은 성적 접촉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던 시대에는 아버지의 정체에 대해서는 확신을 할 수 없으나, 포유류의 생식에서 어머니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회 배경에는 모권 또는 여가장제가 성립되었다고 하면서 그리스와 로마에 앞서 모권사회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집단이 모계 사회를 경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어느 한 시대에 여성이 중심이 된 사회가 있었다면, 대지모신은 여성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2. 가이아 이야기
대지가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생각은 인간이 대지에서 나왔다고 하는 출현 신화보다 먼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지모신 사상은 언제부터 형성되었을까? 우선 대지모지 사상은 신석기 시대에 접어들어 농경의 시작과 함께 여성의 지위가 상승되면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고학자나 인류학자들은 대지모신 사상이 이보다 더 일찍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잘 알려진 그리스의 가이아 신화부터 살펴보자.
이 세상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흐르는 무한한 혼돈밖에 없었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이 혼돈 속에서 ‘모든 것의 어머니’인 가이아가 탄생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지상과 땅 밑에 두 신을 창조했다. 지상에 태어난 것은 탄생의 힘을 지닌 에로스(Eros)였고, 땅 밑에 태어난 것은 타르타로스(Tartanos)였다. 그 후 혼돈에서 에레보스(Erebos: 지하의 어둠)와 뉙스(Nyx: 지상의 밤)가 태어났다. 에로스는 이 둘을 맺어주어 하늘의 빛 아이테르(Aither: 정기)와 지상의 빛 헤메라(Hemera)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에로스는 가이아와 결합하여 거대한 산과 폰토스(Pontos)와 우라노스(Ouranos)를 낳았다. 가이아는 자신의 자식인 우라노스를 남편으로 삼았고, 이 둘은 세계를 통치했다. 가이아는 에로스와의 결합을 통해 많은 자식들을 낳았다. 이런 가이아의 자식들 중에서 남신을 ‘티탄’이라고 불렀고, 여신을 ‘티티니아스’라고 하였으며, 이들을 통칭할 때는 ‘티탄(거신족)’이라 불렀다. 이들 티탄은 천지를 지배하고 영화를 누렸다.
위 부분은 그리스 신화의 서문에 나오는 창세 신화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은 가이아인데, 가이아는 혼돈 속에서 태어난 자생(自生)의 신에 해당한다. 그녀는 지상의 신 에로스와 지하의 신 타타로스를 만들어내고 다른 신들을 창조한 다음, 자신이 만들었던 에로스와 결합하여 폰토스와 우라노스를 낳게 된다. 이를 통해 가이아는 최초의 존재로서 신들을 낳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우라노스를 자신의 남편으로 삼아서 많은 자식들을 얻는다. 즉, 우라노스는 가이아에게 손자뻘이 되는 신화적 인물이다. 여기에서 근친상간의 문제가 제기된다. 인간이 배우자를 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다른 집단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집단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족내혼(族內婚)이 되어 근친상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근친상간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할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들 중 하나이다. 실제로 한국의 역사에도 족내혼이 존재했는데, 고려 왕실의 혼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려는 건국 신화를 만들었는데, 자신들의 조상이 용녀(龍女)라고 믿었다. 하지만 고려 왕실은 신화의 허구적인 내용을 감추기 위해서 족내혼을 장려하였다. 위의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이아가 낳은 티탄족들은 천지를 지배하고 영화를 누렸다. 즉, 가이아는 지배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울 프리샤우어는 이와 같은 사회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아버지가 없는 사회에서 어머니가 자식들에 대해 차지하는 지위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그 성원들에게 갖는 것과 동일하다. 여자들이 낳고 기른 자식들은 그들 스스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에게 구속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안락한 보금자리 속에서 최초의 가족이 탄생되었다. 남자가 그 안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머니와 자식이 만든 집단에 순응하는 경우에 한해서였다. 어머니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잡혼(雜婚)의 자유는 제한되었다. 하지만 근친 관계조차 성적 하나 됨을 막는 이유는 되지 못했다.
이를 통해 제우스를 숭상하던 집단이 들어오기 이전에 그리스에 살고 있던 집단, 즉 가이아와 같은 대지모신을 받들며 살아가던 집단의 사회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이 중심을 이뤘던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너스(Venus)상이다. 비너스 상은 커다란 유방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굵은 허리를 가지고 있으며 엉덩이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이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이상적인 여성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돌이나 흙으로 구운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비너스 상은 프랑스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와 같은 비너스 상의 광범위한 분포는 생명을 창조하는 여성의 능력에 대한 경외감이 보편적인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3. 북아메리카의 신화-톰슨 인디언들의 이야기
그리스의 가이아 신화가 지모신적인 성격을 드러낸다면, 북아메리카의 톰슨 인디언들 사이에 전해지는 신화는 대모지신 사상을 좀 더 잘 반영한다.
오래 전 세상이 모습을 갖추기 전에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은 별들과 달, 태양, 대지였다. 대지는 후에 여인이 되었고, 태양은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 대지의 여인은 언제나 남편의 흠을 잡으며 그가 더럽고 추하며 거칠다면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에 태양이 분노하여 그녀를 버렸고, 태양의 일가였던 달과 별 또한 그녀를 떠나 버렸다. 대지의 여인은 모두가 떠나 버리자 상실하여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올드 원(Old One)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녀를 버린 그들을 하늘의 태양과 달, 별들로 바꾸었다. 그리고 대지 여인이 볼 수 있는 곳에 그것들을 자리 잡게 했다. 올드 원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은 사람을 버릴 수도 없고, 자신을 숨길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대지를 내려다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여자를 대지로 바꾸어 버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초목(草木)이 되고, 그녀의 살점은 흙으로, 그녀의 뼈는 암석으로, 그녀의 피는 샘이 되었다. 그리고 올드 원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대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위에서 살게 될 것이며 너의 배를 밟을 것이다. 너는 그들의 어머니가 될 것이며, 너로부터 만물이 생겨나고 그들은 너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너희는 그녀의 살점을 담요로 덮을 것이고, 그 아래에서 너희 뼈는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