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발전과정을 통해 본 자유주의 그리고 대중주의
하지만 밀(John Stuart Mill)이나 토크빌(Alexis-Charles-Henri Maurice Clerel de Tocqueville) 등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의 불가피성을 인식하였고, 대중의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이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를 주장한 자유주의 철학자들은 역설적이게도 ‘대중’에 대해서 불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이토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보통선거로 대표되는 현대 민주주의는 ‘대중’-세금도 내지 않는 성인, 심지어 알콜중독자들까지 포함하여-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대중을 저평가하고 현대 민주주의가 이토록 대중을 떠받드는 것은 당시의 대중이 현대의 대중보다 더 지적 능력과 정치적 판단력이 더 떨어진다는 점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가?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정치발전의 역사에서 대중의 역할은 무엇이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철학자, 이론가, 정치인들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대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지, 대중의 선거참여 및 정치 참여권한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지, 아니면 대중의 정치참여는 더 확대되어야 하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장에서는 밀과 토크빌의 대중관에 대해 살펴보고, 3장에서 대중주의의 개념을 밝히고, 주요 역사적 사건을 통해 대중이 정치와 역사발전에 대해 얼마나 기여를 해왔는지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4장에서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대중의 정치적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혹은 확대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밀과 토크빌의 대중관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개인에 대한 최소한의 간섭을 통해 개인이 자유롭게 이념과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자기 이익추구가 사람들의 기본적인 동기이므로 경쟁은 인간조건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사회는 개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밀과 토크빌과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대중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약간의 온도차는 있으나 대체로-최소화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 밀의 대중관
밀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원리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심지어 미개인들을 개명시킬 목적에서 그 목적을 실제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을 쓴다면 이런 사회에서 독재가 정당한 통치기술이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Mill 2005). 밀은 그 대상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란 전제를 하고 있으나 이런 불신은 ‘대중’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첫째 근거로 밀은 인간사회의 발전 원동력으로 개별성을 강조하면서 ‘천재’야 말로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 보았다. 즉, 남이 하지 않는 관례를 만들고, 더욱 발전된 행동과 더 수준 높은 취향과 감각을 선보이는 소수야 말로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보았는데, 천재는 언제나 소수일 수 밖에 없으며, 사회가 쳐 놓은 그물로 억지로 들어가 사는 데 동의한다면 자신의 재능을 사장시키는 것이다(Mill 2005)고 역설한 바 있다.
둘째, 밀은 ‘다수의 횡포’ 속에서는 개인의 개별성이나 자유 및 의지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중 여론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저 그런 정도의 능력 밖에 갖지 못한 다수 보통사람들의 주장이 점점 압도적인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때에는 널리 통용되는 의견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뛰어난 사상을 지닌 사람들의 개별성이 더욱 발휘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대중여론은 조금이라도 개인이 개별성을 발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Mill 2005)며 비판하였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