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1. 신의 존재여부
오늘날 신의 존재여부에 대한 무신론자ㆍ유물론자의 질문은 이미 질문속에 답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즉 ‘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내 눈앞에 놓인 책상처럼 그 존재를 실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고 더 나아가 ‘신이 내 눈앞에 놓인 책상 같이 실증할 수 없는 존재라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답을 전제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바슐라르는 ‘문제설정’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질문은 애초에 잘못되었다. 이는 ‘자유는 필요한가’라는 명제를 실증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유를 옹호하는 이유는 ‘자유가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자유가 옳다’는 것을 실증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니다. 신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질문이다.
신의 존재는 실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의 유일한 형상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가? ‘하나님은 곧 말씀’이라고. 기독교에서 신은 통념과 달리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아니다. 더 나아가 신이 일부 얼치기 기독교 분파인 창조과학이나 창조론에서 말하듯,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설계하고 창조해서 현재의 우주가 존재한다고 당신이 믿는다면 당신은 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통념은 기독교의 정통 신학과는 연관성이 없다.
2. 신을 옹호한다?
여기까지의 논의를 따라가 보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테리 이글턴은 리처드 도킨스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유물론자’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도킨스는 합리주의자들은 자신들은 과학적 지반 위에 서있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비합리적 논리를 맹신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독교인들을 대하는 무신론자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테리 이글턴의 주장은 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 매우 조야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글턴이 요청하는 것은 종교를 비판하더라도 종교계 내부에서 가장 발전된 논의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들의 논의를 따라가 봐야 한다.
3. 창조주 하나님?
리처드 도킨스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론자로 [만들어진 신]이나 [지상최대의 쇼]에서 진화론을 옹호하는 관점에 서서 창조론을 반박하고 있다. 그는 창조론의 비과학성을 논증하고 진화론이 왜 과학인지 꼼꼼하게 논한다.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진화론이 증명된 과학적 이론이라고 주장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많은 무신론자들이 도킨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킨스는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며 정립된 신 신학에 의하면 하나님은 우주의 제작자(설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자 맥케이브는 ‘창조주 하나님을 최고의 제작자, 우주의 최고 경영자로 해석’하는 것은 ‘하나님을 지극히 크고 막강한 피조물로 생각하는 견해’일 뿐이라 비판한다. 하나님이 태초에 있어 ‘태양이 있으라 하니 태양이 있고, 달이 있으라 하니 달이 있다’라고 해서 태양과 달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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