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방범과 범죄 사이
“요새 댁들 범죄자 검거율이 얼마나 된다고 하셨죠? 열 건에 한 건? 스무 건에 한 건? 우리 회사의 자체 검거율은 93%입니다. 전국적으로는 우리 백화점의 과학 수사 연구실에서 3명의 탈주범을 감옥으로 보냈어요.”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감시 카메라에는 아이가 희생자인 삼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촬영되어 있다. 이 때 캐서린이 비꼬는 어조로 읊조린다.
“저거야말로 범죄네요(Now, that’s a crime.).”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는 특정 장소에서의 범죄의 감시와 예방을 위해 설치된다. 범죄가 일어난 후 수사에 동원되기도 하지만, 범죄의 사전 예방이 CCTV 사용의 일차적 목적이다. 실제 영상 촬영 기능은 없지만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가면 일반 감시 카메라보다 더 요란하게 움직이는 가짜 감시 카메라가 간혹 사용되는 것도 감시 카메라의 ‘있음’을 알림으로 인한 범죄 예방 의도를 설명한다. 그러한 목적은 현대에도 사용되는 고전주의 범죄론의 개념 중 일반예방(범죄자를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으로 하여금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 하게 하는 효과.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바로 그 범죄자로 하여금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장래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못 하게 하는 효과인 특별예방과 반대되는 개념이다)주의와 상통한다. ‘나는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장소에 있는 대중 일반에, 특히 그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려던 이에게 두려움을 주고,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이렇듯 CCTV는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에서 목격자와 감시자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러나 캐서린의 일침과 같이, CCTV의 잘못된 사용은 되려 그것으로써 막으려던 범죄를 저지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새에 마치 신처럼 위에서 나의 얼굴 그리고 몸짓 하나하나를 비추고 있는 CCTV는 초상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인간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측면도 지닌다. CCTV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영상의 공개와 CCTV의 남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월 15일, MBC 가 내보낸 선정적인 보도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각목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용의자가 피해자에게 각목과 흉기를 휘두르는 CCTV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신체의 일부분만이 가려졌고, 의식을 잃은 피해자가 둔기에 휘둘리는 장면은 생생하게 방송을 탔다. 또한 지난 해 말에는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남성이 교통사고로 버스와 가로등 사이에 끼어 숨지는 장면이 CCTV에 찍힌 그대로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공개되었다. 두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시청자는 둘째 치고, 비록 고인이더라도 CCTV에 찍힌 주인공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돌이킬 수 없을 상처를 입게 되었다. 또한 영상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유족과 지인들이 받았을 충격 또한 지워지기 힘들 것이다. 이와 같은 CCTV 영상의 무분별한 사용과 공개가 CCTV에 촬영된 이들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을 막고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CCTV가 오히려 사회와 인간의 존엄성에 해악을 끼치는 데에 사용된 사례이다. MBC 에는 5월 15일 방송분으로 인해 중징계가 내려졌다. 이와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보도국 내에 CCTV 영상 활용을 엄격히 판단하는 기준이 생겨야 하며, 1차적으로 발제를 하는 기자가 CCTV 활용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보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CCTV가 불순한 개인적 목적에서 남용될 때 발생한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교내 곳곳에 CCTV를 설치하겠다며 학생과 학부형 측의 동의를 구하는 가정통신문을 나누어 주었다. 가정통신문에는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하고자 한다고 쓰여 있었으나, 여학교였던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은 되려 CCTV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였다. 그 이유는 CCTV가 생활지도부 선생님들 중 학생들에 대한 불쾌한 언행으로 ‘변태’로 알려진 선생님에 의해 모니터링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학교 곳곳에서의 피해보다도 어디선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고 있을 선생님의 시선에 더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다.
또한 CCTV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이미 하나의 권력이다. 이것이 국가 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사용될 시,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민간 사찰 등 개인의 인권 침해에 사용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 때 감시를 당하는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멋대로 사용하며 휘두르는 막강한 권력 앞에서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하는 약자일 뿐이다. 더구나 자신이 국가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판옵티콘의 죄수와 같이 처지가 된다.
위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CCTV의 오·남용 가능성은 고전주의 범죄 이론에서의 정의하는 처벌의 경중이 의미하는 바와 상통한다. CCTV는 범죄자로 하여금 감시 당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거나, 저지른 후 수사에 사용되어 그를 처벌하는 데 일조하는 방법으로 결국은 범죄 행위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범죄자에게 정해진 수단으로 제재를 가하는 형벌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형벌은 만일 그 내용이 죗값보다 과중하면 처벌 자체가, 처벌을 행함으로써 억제하려 했던 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이와 같이, CCTV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잘못된 사용 또한 초상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에 대한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해 의도치 않았던 잘못을 부르며 CCTV를 이용해 범죄를 억제하려던 애초의 목적을 그르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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