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의무진 기행문학평론

 1  김승옥 의무진 기행문학평론-1
 2  김승옥 의무진 기행문학평론-2
 3  김승옥 의무진 기행문학평론-3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김승옥 의무진 기행문학평론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10월 20일, 21일, 22일- 총 3일간 우리 학교는 순천만 일대를 방문했다. 그 중에서도 순천만의 자연 습지(갯벌)는 적지 않은 의미를 주었다. 습지 위에 설치된 오솔길을 걷다가 무심코 옆을 바라보면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뽀얗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안개를 보고 걷자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이 편해졌고 ‘몽환적’ 이라는 형용사가 떠올랐다. 이와 같이 우리가 보고 느낀 점 그대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은 우리가 본 순천만의 안개, 이 안개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우리는 보통 ‘기행문’이라는 것을 작성할 때 기행문의 소재가 되는 장소를 방문하고 적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진은 그렇지 않았다.김승옥은 무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며 순천만 앞바다와 집 앞 갯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진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공간이다. 즉 이를 기행문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 글에서 무진은 등장인물 각각에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나’에게 무진은 현실 도피의 공간이다. 물질 만능적인, 인간의 이기심이 팽배해진 서울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 타산적인 사람들로부터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책의 앞부분과 같이 무진은 딱히 명산물이 나는 곳도 아니다. 없으면 허전하고 외롭고, 있을 때에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계륵과 같은 내면의 안식처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부질없는 이야기라 할지 모른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울증’, ‘휴식’, ‘안정’, ‘치료’ 등의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 현대 사회가 각박해 질수록 사람들은 무진과 같은 안식처를 우습게 보면서도 그러한 장소를 그들의 몸과 마음이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무진기행은 김승옥 작가가 60년대에 쓴 글이다. 이 글의 ‘나’와 50년이 지난 오늘, 당신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오싹한 느낌을 받지 않았는가?
글속에서 무진은 순천만의 안개가 존재하는, 안개를 포함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또한 무진과 안개는 필요충분조건, 즉 서로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들이 ‘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하지 않는 것이 없다.’ㅡ( 노자의 도덕경 중 일부 구절) 라는 공통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말이다. 즉 풀이하자면, ‘무’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유’를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안개의 의의를 조금이나마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점은 자연적 현상과 글의 맥락을 서로 관련지어 그 의의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적 현상으로서의 안개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 이 개념을 염두해 두고 눈을 감고 자신이 새벽녘의 산에 와있다고 상상해보라. 안개를 한 번 손으로 잡아보라. 분명 축축한 느낌이 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노자의 도덕경 구절중 ‘무’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글 속에서는 등장인물들 (‘나’와 ‘하 선생’ 이 주된 인물) 의 무진에서의 허황된 생각, 허구적인 공상이라 칭할 수 있다.
안개가 잠식된 공기를 마셔보라.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이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패닉(panic) 상태, 어느 순간 원인도 해결책도 알 수 없는 문제의, 헤어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를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흐린 인간의 생(운명)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안개라는 ‘무’가 창조해낸 의미, 즉 ‘유’라고 할 수 있다.
‘무’와 ‘유’라는 두 음절을 사용해서 안개의 의의를 추론해 보았다. 이 평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이해될 듯 말 듯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만의 무진에 온 것이다.
흐리다는 어감은 웬지 은밀한, 야릇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진기행에는 자살하는 술집여자, 성적인 관계를 맺는 ‘나’와 ‘하 선생’ 이 나오는데,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정신적 탈출을 성적 관계, 결혼, 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면에서 안개는 성적인 인물, 에로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이해하기 난해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하 선생’의 성격과 특징이다. 이들의 표면적인 목표는 극단적 방법을 통한 정신적 탈출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무진에서의 탈출이다. 또한 이들은 무진을 내면의 안식처이자 무책임의 장소로 규정하는데, 이는 자연이 주는 이로움에 감사하지 않는 이기적인,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추상적이면서도 역설적 표현이 많이 제시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보다 깊게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역설’ 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깊은 상념에 빠지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싶다면, 안식처의 방향을 찾고 싶다면, 10~11월 사이 가을에 순천만에 들러 안개를 느껴 보자. 당신의 몸과 마음에 살포시 닿는 흐린 안개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라는 대지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달콤한 단비를 내려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