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를 보고 나서 - 뮤지컬 감상문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빨래’를 보러 갔다. 계속해서 연극만 보았던 것같아 예전부터 보려했던 뮤지컬 한편을 예매해서 친구와 함께,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도착해서 처음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봤던 무대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서울의 달동네를 잘 표현한 무대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골목풍경을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 국제수퍼, 그 위로 십일조 교회 옆으로 있는 청담보살과 전봇대 밑에 쌓여진 쓰레기 봉지, xx인력등 반쯤 떨어져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전봇대, 곳곳에 널려져 있는 빨래를 보면서 달동네라는 현실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무대의 맨 뒤 쪽으로 빨래 줄에 굉장히 아기자기한 빨래들이 널려있었는데, 신기한 건 바람을 계속 불게 해놓았는지 공연이 되는 동안에도 그 빨래들이 계속 살랑살랑 흔들려서 신기하였다. 동틀녘인가 할 때 수줍은 별빛으로 보이던 장치들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장치의 색깔들도 의도된 선택인 것 같았다. 콘크리트로 제작된 집들을 마른 붓질로 거칠게 표현하여 얼룩진 회색의 분위기를 기본 톤으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파스텔 풍의 빨강, 파랑, 노랑 등으로 채색된 부분장치로 결코 어둡지 않은 골목인생을 포장하고 있는 듯 했다. 현실이 회색빛처럼 암담하고 어눌해도 내일은 무언가 찬란한 색깔처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뮤지컬은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소극장이라 무대가 작은데도 그 작은 무대 세트를 접었다 펼쳤다 하면서 나영의 집은 버스 정류장이 되기도 하고, 제일서점이 되기도 하였다. 신기하기도하면서 무대의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또, 배우들이 객석 계단을 이용하여 등장과 퇴장을 함으로서 관객들과 같이 있다는 느낌도 주었고, 공연 중간 중간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서 공연에 더 쉽게 공감하며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빨래’는 공연의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아마도 밴드와 각종 음향기기 등을 관객들의 양 옆, 위쪽에 배치시켜서 음악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무대 윗 층에서 기타를 치며 실시간으로 뮤지컬 반주를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공연을 보면서 가장기억에 남는 장면은 “슬플 땐 빨래를 해”라고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빨래와 함께 인생을 바람에 맡기며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신나면서 희망을 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너무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나영과 희정엄마, 주인할매가 빨래를 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모든 것을 털어내고 다시 힘을 내는 장면이 너무 보기 좋았다. “힘내!”라고 자신들에게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말하는 것 같아서 나까지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이러한 장면들은 친근한 뮤지컬 속 캐릭터들이 제각각 자신의 속내를 예쁜 선율 속에 담아 관객들에게까지 감정을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주인할매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사지절단 장애아인 딸을 데리고 사는 할매는 박스를 줍는 억척스런 삶을 살면서 힘을 내기 위해 빨래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빨래를 하다보면 힘이 난다고 하며, 몸의 절반이 없는 딸의 기저귀를 빨아가며 열심히 살았다. 억척스럽지만 그 마음은 너무나도 여린 주인할매가‘내 딸 둘아’라고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너무나도 슬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딸을 위해서 힘든 것도 마다않고 하시는 할매 모습을 보면서 저런 마음이 자식을 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로부터 시작된 공연은 배우들이 노래를 시작하면서 노래 속의 가사를 통해 공연을 이끌어 감으로써 인물들이 느꼈을 심정이 관객들에게도 더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된다. 노래의 형식도 그냥 노래가 아닌 대화의 패턴을 사용하여서 주제의 표현과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이 뮤지컬의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현실적이라서 그런지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 나영이의 직장 선배가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거기에 항의하던 나영이까지 사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솔롱고의 집주인과 그의 친구가 솔롱고와 나영에게 욕하고 그들을 때릴 때는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분 때문에 맞서거나 대들지도 못하고 참고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드러난 것 같아서 참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났다. 이 장면을 보면서 뮤지컬 공연이니까 이 정도이겠지만, 실상은 더 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잘못한 것도 죄지은 것도 없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솔롱고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제일서점 ‘빵’사장과 아들을 빼면 다른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주고 내일처럼 돌봐주는 따뜻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할머니에게 야단을 맞아도 한 밤 중에 아픈 할머니의 장애인 딸을 업고 병원에 다녀오기도하고, 찬물에 맨발로 할머니 딸의 이불빨래도 해주는 희정엄마의 모습에서 따뜻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지금 사회에서 이웃집 딸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줄 수 있는, 따뜻한 물도 아닌 찬물에 발을 담가 빨래를 해 줄 이웃은 찾기 힘들 것이다.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인간미와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며 희망을 노래하며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놓은 것 같았다.
이 뮤지컬을 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 공연은 소시민들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지며, 무겁고 아픈 이야기도 따스하고 감동적으로 전달되어진 것 같아서 좋았다. 또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무대를 아주 효과적으로 쓴 무대장치와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준 음악과 노래들도 너무나 좋았다. 막이 내린 후에도 내 마음속엔 착한 뮤지컬 ‘빨래’의 긴 여운과 따뜻한 훈훈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 공연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슬롱고의 다른 느낌의 ‘빨래’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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