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매우 정의하기 힘들고 그에 따른 여러 관점이 존재하는 개념이다. ‘시’에 대한 관점에 따라 역사적으로 여러 학파가 존재해왔었고 수많은 학설들이 존재해 왔었다. 현재에도 계속 그 학설들은 새로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관점들이 등장할 것이다. 전문적인 학설들 이외에도 ‘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존재한다. 그것은 시를 읽는 독자마다 다르게 존재하며 시를 쓰는 시인마다 다르게 존재한다. 시를 좋아하고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시세계는 더욱더 확고할 것이다. ‘시’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화 일포스티노와 시에서도 이러한 면을 확인 할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시에 관한 영화들이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시에 대한 관점은 서로 다르다. 두 영화를 비교하고 그 영화에 담겨져 있는 시 세계들을 비교해보면 더욱 더 쉽게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포스티노에 나타나는 시에 대한 관점
이탈리아어로 우편배달부라는 뜻을 가진 영화 일포스티노는 평범한 청년인 마리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청년인 마리오는 유명한 사회주의자이자 시인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자리를 얻게 된다. 우연히 얻게 된 일자리로 인해 마리오는 네루다를 만나게 되고 마리오의 삶은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영화 일포스티노안에서 드러나는 시에 관한 관점은 주인공 마리오에게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질문한 은유에 대한 대답은 주목할 만하다. 마리오가 영화에서 가장 먼저 시에 접근한 활동은 네루다의 사인을 받으러간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루다의 시집에 사인을 받으러 간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소중한 책으로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일반적인 “사인 좀 해주세요.”라는 표현에 비해 마리오가 한 표현은 좀 더 함축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직접 말하는 것 보다 말 안에 내포되어 있는 요소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돌려 말하기이다. 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마리오가 이러한 표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연출자가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관점 때문이다. 일포스티노의 연출자는 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측면 중 노래를 통한 감정표현에 주목을 했다.
시라는 것은 원래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주술적인 노래들이 존재하겠지만 서정적인 개인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시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감정은 사랑의 감정이었기 때문에 서정시 중에서도 연애시, 애정시가 가장 먼저 발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연애시, 애정시와 같은 개인의 감정을 노래하는 시는 현대의 다른 시들에 비해 시에 대한 접근이 쉽다. 서정시는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에 치중을 하기 때문에 시인이 아닌 누구라도 시를 노래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감정, 서정시를 일포스티노의 연출자는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시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마리오가 시적인 표현을 쉽게 쓰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주인공인 마리오가 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살펴보더라도 이 영화에 나타나는 시에 대한 이러한 관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마리오는 여자에 대한 인기 때문에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리오는 네루다처럼 여자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시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첫 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시를 이용한다. 시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시에 대한 순수한 접근이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서정시, 그 중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연애시는 현대의 시들이 가지고 있는 무거움보다는 시의 가벼움, 순수성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시를 어려움 보다는 쉬움으로 받아들이는 관점으로도 이어진다.
현대에 와서 시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이론과 해석에 치중되어 대중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일포스티노에 나타나는 관점은 그러한 현상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관점이기도 하다. 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자신의 감정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노래하는 것인데 지나친 사회 참여, 과도한 수사기법, 복잡한 해석 등으로 이러한 시의 본질이 최근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다. 시의 본질인 서정을 중요시하는 관점은 이론과 해석에 얽매여 본래 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관점이다. 이는 은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군요. 간단하네요. 그런데 왜 이름이 그렇게 어렵죠? …… 선생님의 시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들어요. ‘인간으로 살기도 힘들다’ 저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표현을 못했거든요.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런데 왜 ‘이발소에서 담배를 피며 살인을 외친다’고 썼죠?”
“난 내가 쓴 글 이외의 말로는 그 시를 표현하지 못해.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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