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이름은 빅토르 안 내년 2월 태극마크와 첫 격돌
[동아일보]|2011-12-30|28면 |40판 |스포츠 |뉴스 |1250자
■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러시아 국적 취득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던 안현수(26)가 결국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내년부터 국제대회에서 동료이자 후배였던 한국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빙상연맹은 29일 홈페이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출신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에게 러시아 국적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안현수는 내년 1월에 러시아 여권을 받는다.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안현수는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는 한국 법률에 따라 한국 국적은 상실하게 됐다.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러시아 국민이 돼 기쁘다.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려 왔으며 이제 형식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옛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었던 고려인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이름을 따 러시아 이름을 빅토르로 정했다. 그는 “발음이 승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빅토리(Victory)와 비슷하고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현수가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하는 대회는 내년 1월 27∼29일 체코의 믈라다볼레슬라프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이후 2월 3∼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떠오르는 샛별 노진규(한국체대)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진규는 올 시즌 월드컵 1500m에서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이 부문 올 월드컵시리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1500m는 안현수의 주 종목이기도 하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던 안현수는 2006년 올림픽 이후 파벌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2008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소속팀 성남시청 빙상팀이 해체되면서 무적 선수가 됐다.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 초청으로 6월 러시아로 갔으며 8월에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 등에 따른 연금은 귀화 결심을 굳히면서 이미 일시불로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 김남수옹은 중국으로, 안현수는 러시아로
입력 2011.08.18 (목) 20:12
한국 남자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러시아 국가대표로 출전한다고 한다. 말문이 막힌다.
안 선수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귀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해의 맥점은 ‘마음 편하게’에 있다. 그는 빙상연맹 내부의 복잡한 파벌싸움에 휘말려 엄청난 고통과 불이익을 받았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패 등 화려한 전적도 파벌 싸움에 빛이 바랬다. 마음고생에다 부상까지 당한 그에게 닥친 현실은 올해 초 소속팀 성남시청의 빙상팀 해체였다.
한국 빙상계는 맹성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빛나게 한 보석 같은 특급선수를 타국의 국가대표로 나서게 한 것은 반사회적 범죄나 다름없다. 이제라도 뼈를 깎는 내부 개혁과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안현수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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