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용악의 생애와 작품 활동
1914년 함북 경성에서 태어난 이용악은 러시아 국경을 넘나들며 소금실이 장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정환경 속에서 뼈저리게 가난을 체험했으며, 일본 상지대학 유학 시절(1934~38)에는 품팔이 노동으로 학비를 벌며 최하층의 생활을 전전하면서, 모순된 민족 현실의 비극성을 인식하고 문학을 통해 현실 극복의 의지를 내면화하는 독특한 삶의 체험을 가진 시인이다. 이용악의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죽마고우인 이수형은 방랑하는 부모의 등골에 시달리며 무서운 국경을 넘어 우라지오 바다며 아라사 벌판을 달리는 이즈보즈의 마차에 트로이카에 흔들려서 함께 갔던 일을 회상한 적이 있으며, 고향 후배인 유정은 이용악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러시아 영토를 오가는 생활을 했고, 아버지는 소금밀수에 종사하다가 객사하고 어머니는 고향 경성읍에 정착하여 달걀장수 등의 행상을 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이용악의 개인적 체험은 「풀벌레 소리 가득차 있었다」,「달 있는 제사」,「다리 우에서」등의 시에서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 있다.
이처럼 이용악의 가족사적 비극은 식민지시대 민족의 수난사를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절실한 체험에서 비롯된 그의 시는 민족의 보편적 경험을 반영하면서 당대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1935년 처녀작인 시「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면서 습작기를 거친 그는 동경 유학 시절 시집 첫 시집『분수령』(1937)과 제2시집『낡은 집』(1938)을 잇따라 발간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확립하고, 귀국 후에는 《인문평론》지의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시작 활동을 계속했으나, 만주사변 이후 전시체제에 돌입한 일제의 억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낙향한 채 해방을 맞이한다.
해방 후 그는 서울로 귀환하여 에 가입, “문학 실천은 민족 전원의 이익을 위한 무기”라는 자기 명제 아래 민족주의적 지향을 보다 강렬히 구현하고자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다. 이 시기 제3시집 『오랑캐꽃』(1947)과 제4시집 『이용악집』(1949)을 펴낸다. 분단이 고정화되고 좌파 문인들의 대거 월북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상 전향을 거부한 채 서울에 남아 있던 그는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해 월북하였다. 그러나 북에서 이용악은 1953년 남로당 숙청시 종파주의자로 지목되었고, 다행히 중형은 면한 채 1960년대까지 당에 예속된 문학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그의 생애와 활동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이용악이 이루어낸 시세계의 특징은 바로 그 생애 전반에 걸쳐 이어져 있는 현실주의적 성향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생활의 서사적 편린들을 시적 상상력의 모체로 했음을 의미한다. 즉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그들의 생각과 감정, 행동은 모두 그러한 삶의 현실적 배경으로서 당대의 식민지 현실이나 해방 공간 속에 자리 잡고 형상화됨으로써 당대 현실과 삶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2. 이용악의 시기별 작품 활동
이용악의 시세계의 전개과정은 대체로 세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시기는 그의 동경 유학 시절로, 1937년에 발간된 첫 시집 『분수령』과 1938년에 발간된 제2시집『낡은 집』으로 대변되는 가족사 및 고향 체험의 형상화를 통한 민족적 삶의 반영으로서의 생활시의 세계이다. 둘째 시기는 귀국 후 해방을 맞이하기까지의 기간으로, 이 시기 작품들은 1947년 간행된 제3시집 『오랑캐꽃』에 실려 있다. 셋째 시기는 해방 후 월북하기까지 통일 민족 국가의 열망을 노래한 시기이며, 1949년 발간된 제4시집『이용악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유이민 현실의 전형적 반영: 『분수령』(1937), 『낡은 집』(1938)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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