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1주년 즈음하여
제2 연평도발 막는 길은 평화의 회복뿐이다
오는 23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을 맞는다. 주민들은 생업으로 돌아갔고, 인구는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연평도발 르포는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것 같은 주민들이 충격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남북 양측이 대대적으로 군비를 증강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가 점점 화약고로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오늘의 연평도 현실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년간 정부의 연평도발 대책은 군비 증강과 지원책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군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병력 1100여명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 또 다연장 로켓과 신형 대포병레이더, 음향표적탐지 장비, K-9 자주포, 코브라 공격헬기 등 최신 장비들을 대거 새로 배치하거나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군비 증강이 서해5도의 안보 취약성을 해소하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섬이라는 좁은 지역에 무한정 전력을 증강시킬 수도 없어 우리 군이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러한 남한의 군비 증강은 당장 북한의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달 서해 비파곶 부근에 해상침투 특수부대인 해상저격3여단 3000여명을 배치했고 이들을 수송할 고속 공기부양정 60~70대를 배치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음 도발이 단순한 포격을 넘어서는 도서 점령 등 고강도 도발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했다. 인도적 대북 지원까지 막아 대화의 싹을 자르는 바람에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최근 지휘서신에서 “우리 군은 지난 1년 동안 적개심을 불태우며 절치부심해왔다”고 했지만 전력 증강과 적개심 고취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해놓고 있어 조그만 충돌도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권 말기일수록 위기를 착실히 관리하면서 전쟁을 억제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강경일변도 정책만 고집할 게 아니라 북한을 평화와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북한도 더 이상 군사 모험주의적 발상에 기대서는 안된다. 연평도 포격 당시 우방국인 중국까지 비난의 대열에 가세했다는 점에서 추가 도발은 자폭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경향일보] 2011-11-21
부서진 건물 복구 ‘막바지’…보상 둘러싼 갈등은 ‘진행형’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을 사흘 앞둔 20일, 섬은 평온한 가운데 분주했다. 포격으로 부서진 건물과 도로 복구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공공취로사업 등으로 일자리도 늘었다. 섬사람들은 1년 전 포성의 기억을 묻고 일상을 회복한 듯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같은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들이 속속 복구되면서 포격으로 인한 ‘외상’은 많이 아물었지만, 전쟁의 공포를 체험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리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과 아이들은 군의 포사격 소리와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음에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의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박명선(66)씨는 “쿵쿵 소리만 들리면 아직까지 심장이 뛴다”며 “밤에도 막 포탄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정이선 연평도 보건지소 간호사는 “노인들은 노화 증상인 불면증이 포격 불안과 겹쳐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10·연평초4)군은 “연평도 포격 때에는 진짜 무서웠다”며 “큰 소리가 들리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지은 집을 보면 배신감이 느껴져 주민들과 대화도 잘 안 하게 된다”며 “주민들 간의 갈등도 이런 일들 때문에 생긴다”고 성토했다.
청장년층은 미흡한 정부 대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강인구(51) 옹진수산업협동조합 연평어촌계장은 “동네 사람들이 보상 때문에 싸움도 벌어지고 예민해졌다”며 “젊은 사람들이 연평도에서 터를 잡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라며 부족한 정부 지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상 문제로 일부 주민들 간에 갈등도 있지만, 섬에는 여전히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이 남아 있었다. 연평도 부녀회는 지난 18일 ‘사랑의 김치’ 250포기를 담가 마을의 홀몸노인 60여명에게 나눠줬다. 부녀회원 고정녀씨는 “연평도는 원래 인정이 넘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했다. 섬에서 만난 주민들 대다수도 정부 지원에 대해 “이만하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겨레] 2011-11-20 이충신 정환봉 기자 cslee@hani.co.kr
[연평도 포격 1년]남북, 서해 5도서 군비 경쟁… 우리 군,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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