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로자 룩셈부르크는 무명의 인물로 독일에 막 도착했던 1898년에서 1899년 사이에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쓰여 질 당시 독일 사민당은 제2인터내셔널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비스마르크의 반사회주의법이 사라진 1890년부터 이 당은 정치적으로 타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타락의 중심 인물은 베른슈타인이었다.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현대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고전적 마르크스 주장과 거리가 멀었다. 마르크스는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고 외친 국제주의자였다. 그런데 베른슈타인은 1907년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문명화된 민족이 미개한 민족의 후견인으로 행동할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자는 베른슈타인의 개량주의 주장이 당연시되던 독일사민당에서 주정주의 논쟁을 촉발시키고 이를 이끌었다. 마르크수의 원칙들을 현대화한다고 주장한 베른슈타인의 대한 로자의 반박은 직설적이고 통렬했다.
정치권력 장악과 사회변혁 대신, 그리고 이에 대립해서 법률 개혁의 길을 찬성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같은 목표에 이르는 더 조용하고 확실하고 시간이 걸리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를 택할 것이다.
현대의 베른슈타인주의자들인 유럽의 사회민주당 정치가들은 사회변혁이란 몽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체제 내에서 작은 성과들을 하나씩 쌓아감으로써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정부는 자본주의의 토대를 전혀 훼손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의 지지자들을 배반했던 실패한 역사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나름대로 위기에 적응하여 그 고유의 모순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 집중의 결과로 나타난 카르텔과 트러스트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줄이는 커녕 오히려 더 커다란 혼란을 자아냈다. 하지만 로자는 위기가 자본주의의 주기에서 필수적인 일부라 주장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나가는 듯해도 그 표면아래에는 모순이 엄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위기가 재발할 것임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베른슈타인의 헛된 낙관주의를 비판했다.
국가와 관련된 논쟁에서도 로자는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었다. 베른슈타인은 국회에서 노동자 위원들이 다수가 되면 사회주의로 평화적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로자는 국가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형태와는 달리 그 내용을 철저하게 지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기구라고 주장했다. 로자는 심지어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국가의 외관조차 지배계급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지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로자는 국가의 성격에 대한 이런 주장과 더불어 국가와 경제의 상호 침투를 분석한다. 로자는 국가가 다른 민족 집단과 서로 경쟁하는 민족이익의 수호를 위한 투쟁 수단이자 금융 자본뿐만이나라 산업 자본의 가장 중요한 투자 수단 이며 노동 계층에 적대적인 자본의 지배를 위한 도구라고 지적했다.
로자가 베른슈타인에 대항해 벌인 가장 핵심적인 논점은 노동자 운동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것이다.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에게 변화의 수단 즉, 노동조합과 그 지도자들에게 기반한 정당을 제공해 주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나에게는 항상 무이며, 운동이 전부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는 노동조합원들이 계속늘어나 이들이 사회민주당에게 표를 던지는 것만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로자는 비록 노동조합이 투쟁의 학교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는 자본주의를 파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동조합을 통해 사장의 이윤을 점진적으로 장악하는 일을 시지프스의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녀의 약점도 드러난다. 그녀는 개량주의의 조직적, 사회적 뿌리에 대한 완전한 분석에는 이르지 못했다. 로자는 베른슈타인의 기회주의자가 우리 당에 들어온 쁘띠부르주아적 요서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의 주요 지지자들을 단순히 쁘띠부르주아적 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들 지지자들은 사장과 노동자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는 노동조합과 독일 사민당의 4천명의 관료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개량주의라는 오염의 원천은 개랑주의 조직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 중앙에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된 다른 문제는 개량주의가 단지 노동조합과 당 관료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소외와 착취에 저항하며 나름의 저항 사상들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지적대로 그 사회의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의식은 모순적이고 불균등하며 개량주의로 곧잘 표현된다. 로자는 개량주의가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함으로써 당내 논쟁에서 결국 패배했다. 비록 약점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에서 불후의 명작이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개량주의는 계속 존재할 것이며 이 책은 그 개량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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