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의성
2000년대 우리 사회는 성이나 사랑에 관련된 담론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부부 사이의 성이나 사랑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거의 언급되지 않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개적으로 부부관계를 거론하는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던 전통사회의 논리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살면서 일상화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에 대해서 성과 사랑을 논의하는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부부사이에서 성과 사랑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제다. 부부간에 서로 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부부관계의 질에 대해서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부부의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부부간의 성과 사랑의 의미를 결혼이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문화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 한국 가족 가족에서 바람직한 부부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겠다.
1.부부의 성에 대한 논의
1)구조기능론
구조기능주의자들은 핵가족에서 부부가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과거에는 교육,종교,생산 등 여러 중요한 기능들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장소였으나, 사회가 점점 전문화됨에 따라 전문기관들이 생겨나서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분업이 발달한 것을 구조기능주의자들은 산업사회의 특징으로 간주한다. 즉, 핵가족에서는 여러 기능들을 사회기관들에 위탁하였으므로, 가족성원 간의 애정이나 정서적 안정만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로 남게 되었다고 본다. 핵가족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가족내에서의 정서적 안정이나 애정이 중시된다고 주장한다.
구조기능론은 성과 사랑에 대한 기본적 관점은 남편의 능동성과 아내의 수동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는 각기 다른 성역할이 갖는 차이점을 부부는 서로 합의를 통해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합의가 가정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갈등론
갈등론의 대표적인 이론가 중 한 사람인 프레드리히 엥겔스는 부부간의 이해 차이와 갈등을 주로 부각시킨 점에서 구조기능론자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갈등론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모순을 설명하면서 지적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의 양분 구도와 갈등 양상을 엥겔스는 부부관계에도 적용하였다. 경제력이 없는 노동자 계급에서는 남편과 아내 간에 경제적 이해 차이로 인한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엥겔스는 문제가 있는 것은 자본가 계급뿐이라고 규정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자본가 계급과 연계해서 설명하고 있다.
엥겔스의 이론이 지나치게 노동자 계급을 미화하고 자본가 계급을 비난하는 계급 편견적인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가족이론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부부관계를 설명하는 가족이론이라기보다는 계급 간의 갈등을 핵심적으로 다루는 계급이론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3)여권론
여권론자들은 갈등론자와는 달리 계급의 문제보다는 남녀 간의 성차에 따를ㄴ 젠더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갈등론적 관점과는 달리 여권론에서는 노동자 계급에서도 아내 구타가 빈번히 일어나며, 아내에게 권위를 세우려는 남편들이 자주 보이는 등 젠더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본다. 또 중산층 가족에서도 아내에게 복종을 강요하거나 권의를 내세우는 남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층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젠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문화 규범 때문이라고 여권론자들은 규정한다.
여권론자들은 여성해방을 통해서 여성이 주체적이고 당당할 때, 부부간의 성과 사랑에 있어서도 평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여권론자들은 부부라면 노동시장에서의 동등한 참여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가사분담을 통해서도 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역할을 기대할 때 가부장적 문화 전통이 도전받고, 사적 영역인 성과 사랑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의 종속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성규범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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