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實學의 이해
중학생인 아이가 미술 시간의 과제물로 한지공예를 하고 있다. 종이함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벌써 몇 주에 걸쳐 열심히 도안을 하고 종이를 자르고 붙이고 이제는 자기 마음에 드는 한지를 골라 붙이는 과정에 있다. 아빠 연구실에 놓을 과자함을 만들어 선물할 거라면서 밤늦은 시간에도 열중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교육에 있어서의 실학적 접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실학(實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학문적 성과와 가치에 대해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서 이때의 실학에 대한 개념은 이론적 연구, 기초적 연구에 대하여 배운 지식이나 기술이 그대로 사회생활에 소용되는 학문으로 역사적으로는 조선왕조 중엽 당시 지배계급의 학문이던 性理學의 형이상학적 空理論의 반동으로 일어난 實事求是와 利用厚生에 관하여 연구하던 학문이다1) 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퇴계의 사상에서도 실학의 개념이 나타나지만 이 경우의 실학은 성리학을 말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 유학을 지칭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실학은 조선 후기 李瀷- 丁若鏞-金正喜로 이어지는 학문을 지칭하며 이것은 金正喜가 자신의 학문을 實事求是之學이라고 한데서 연유한 것이다.2)
일본에서의 실학은 實業學으로서, 우리의 실학이 새로운 학문적 사상적 개념으로 전개되고 형성되었던 반면 ‘實際的으로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배워서 곧바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추구하고 서양의 합리적이고 자연과학적 사고를 받아들여 이것으로 국가를 부흥시키고자 하였다.
한편 중국에서는 北宋의 성리학자들을 필두로 朱子 등이 당시의 불교와 도교를 虛學으로 지칭하는 대신 자신들의 성리학을 실학으로 지칭하며 明末靑初에는 陽明學을 기반으로 朱子學을 虛學으로 비판하였으며, 우리나라의 고려시대에도 이미 眞儒가 實學이라고 했던 李齊賢과 佛敎에 대한 性理學을 實學이라고 말한 安軸와 같은 학자들이 있었던 점으로 보아 실학은 기존의 思想에 대한 反省과 불만으로 자신들의 학문이 더 實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는 점에서 실학의 개념은 그것이 대두되는 상황과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아이의 미술 과제로 돌아가서 미술 시간이라는 한 단면을 통해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를 거치면서 12년 동안 미술을 배운다. 그러나 그 미술이라는 것이 자신의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배움이나 시각을 갖기 이전에 단지 천부적 재능에 따라 좌우되는 실기 평가 (주로 회화로 대표됨)와 무의미한 이론의 암기로 그 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개인적 취향에 따라 즐거운 시간이었거나 지루한 시간 혹은 무의미한 시간으로 기억되며 학교 졸업 이후의 미술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될 뿐이다. 비단 미술과목 뿐은 아닐 것이다.
1) 이희승, 국어대사전, 서울: 민중서림.1982. p2229
2) 김종운, 실학사상의 형성과 그 학파의 특성과 영향, p. 3
아이들은 종종 자신들이 배우는 과목들이 과연 자신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자신의 삶과의 관련성을 찾았을 때는 진정으로 窮理하며 즐겁게 과제를 수행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열심히 한지함을 만들어내는 아이의 모습에서 그것을 발견한다.
여기에서 실학이란 학문과 생활의 결합, 학문의 實用性 주장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학문과 생활이 어떠한 방법으로 결합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 일본의 실학자 후쿠자와 유키치의 사상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예원, 2005, 일본실학의 형성, 일본사상 제8호
김종운, 2001, 실학사상의 형성과 그 학파의 특징과 영향,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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