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 정체성 보고서 4
호남은 하나의 文化圈的 單位이다. 문화란 공유되고, 학습되며, 축적적이고 체계를 이룬 가운데 변화되는 속성을 가진다 한상복 외 2인, 『문화인류학』(서울:한국방송대학출판부, 1983), pp.64-70.
. 호남의 문화 역시 이러한 속성을 가지는 개별문화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는 사회적 지식이다. 따라서 문화는 사회적 구성원에 의해서 공유되며, 창출 전승된다. 호남의 문화란 그래서 호남인에 의해 만들어지며, 소유되고, 또 전승된다.
호남문화와 호남인의 관계는 형성론적 관점에서 밀접하다. 호남인은 호남이라는 지역 문화를 자양으로 해서 경험적 삶을 영위한다. 호남의 문화와 호남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 먼저 호남의 문화적 토양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 조건, 역사적 조건, 사회적 조건이라고 하는 문화결정의 3대조건이 일정한 문화를 구성하며,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그것대로의 특성을 가지는 한편 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성을 형성하는 모태가 된다. 어떤 언어권에 사느냐에 따라서 母語가 달라지듯, 집단적 인성이란 것도 당해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하나의 기질로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호남은 자타가 공인하는 예향이다. 그래서 예술성에 대해서는 새삼 논의할 필요가 없다. 풍류성 역시 생활의 여유를 향유하는 바탕에서 길러진 문화적 현상으로서 호남문화에서 두루 확인되는 바다. 끝으로 민중성이란 역사적인 조건이 배태시켜 놓은 문화적 특질로서 오히려 공시적인 여러 현상을 통해서조차 드러나고 있는 예다. 오늘의 예술과 전근대사회의 그것이 서로 다르다. 지금의 예술가가 대접받는 것과는 달리, 과거의 전근대적 사회 환경에서 예술이란 차라리 서민들의 기능이었다. 지금의 예술이 과거에는 민중의 생활이었을 뿐이다. 바로 예술의 기능론적 기원설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풍류성이라는 것도 상류사회의 고상하고 고급스런 삶의 여유보다는 민중들이 만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가운데 생활 속에서 향유하던 민중 중심의 문화적 습속이며, 예술성은 그런 습속에서 우러났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특성은 고스란히 호남인의 인성을 형성하는 데 작용했다. 그래서 지춘상교수는 다시 호남인의 인성을 義氣, 包容性, 淳厚性 등으로 들었다.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하는 바도 곧 이들 호남인의 인성으로서, 이를 하나의 모델로 설정하여 호남인의 인성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비판적 이해를 시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호남의 민속은 호남인에 의해서 공유된다. 호남의 민속문화를 공유한 호남인은 따라서 하나의 민중 단위로 분류될 수 있다. 호남을 하나의 문화권적 단위로 해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호남인들에게 호남의 민속은 보편성을 가지게 되어 있다. 민속이 일상생활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항상성을 가졌고, 호남인 모두를 공유집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지녔다는 것은, 호남의 민속문화와 호남인의 인성 관계가 보편적이며, 항상적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를 개괄적으로 말하자면, 민속은 기층문화요, 또한 항상성과 보편성을 가지는 것인 만큼, 그것을 소유한 집단과의 밀착도가 어느 다른 문화태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보태서, 민속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집단적 인성이란 거의 무의식적으로 습득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견고하다고도 하겠다. 마치 모어화자가 모어권에 나고 자라면서 경험한 언어의 문법규칙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는 것과 같다. 호남인의 인성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문법규칙과 같이 체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며, 무의식적인 지식이다. 대상이 직관적이며,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명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구조적 이해가 필요하다. 의기, 포용, 순후로 대표되는 호남인의 인성에 대한 유기적 관련이나 득실, 그리고 비판적 이해를 위해 먼저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현상을 정확히 기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호남인들이 객관적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데 반하여 영남인들은 개인적 요인을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호남인들은 정치적경제적 차별대우를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데 반하여 영남인들은 호남인들의 성격특성행동양식을 강조하는 것 같다. 먼저 편견이라는 요인과 관련시켜 보면, 영남인의 호남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불신이기적단결력등으로 특징지워진다. . . .그렇다면 영남인들의 이와 같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심화확산되는데 작용한 요인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도전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심리와 기득권익의 방어인식, 사회화 기관의 영향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
또 호남인에 대한 타지역민의 거부감은 호남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수준, 다른 도에로의 높은 인구이동률, 집권세력의 적대시, 사회화 기관의 영향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편싸움놀이 등은 끈질긴 투지와 일사불난한 통제력 밑에 협동심을 바탕으로 한 패기와 충천하는 승벽심을 필수 요건으로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징한 기질이 바탕이된 징한 놀이이다.(중략) 당시 의병 전체의 60%가 호남출신들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에 열거한 인사들이 선두에 서서 의병을 일으키려 해도 민중의 호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민속놀이에 투영된 징한 기질을 갖고 있는 호남인들이기에 이들을 따랐고 끝내는 장렬한 죽음으로 끝장을 내고만 것이다. 그러기에 호남인은 언제나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위해 투쟁하여 왔다. 지춘상, op.cit., pp.72-73.
”
위에서 말하고 있는 사실에서 인지되는 내용은 대립적인 상황이나, 적대적인 상대가 나타났을 때 호남인은 죽자사자 투쟁을 하는 기질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순박하고 후덕한 사람을 보면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굳이 법을 따지고, 법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이미 법도를 어기지 않은 채 생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 타부와 예와 법은 서로 기능적으로 상통하는 개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예를 거스르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는 말뜻으로도 통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법과 예의 관련성에 의존해 보았을 때, 결국 순후한 심성을 가진 사람은 예를 실천하는 인격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따라서 호남인이 순후한 심성을 가진 숫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이미 예를 생활화한 인성을 지키고 있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예의 근본이 사회적인 질서와 위계의 실현이라고 보았을 때, 호남인은 이를 따로 배우지 않고도 순후한 심성을 통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해 온 아름다운 전통을 가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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