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Ⅰ. 발칙한 상상
세상에는 일반적인 혼인형태라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일부일처제(monogamy, 單婚). 많은 사람들이 일부일처제의 혼인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일부일처제라는 혼인형태를 법적 혼인형태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일부일처제의 통념에 대해 작가 박현욱은 큰 논의거리를 던져주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혹은 다른 사회이더라도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일 중혼(重婚-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이중으로 혼인함)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아내가 결혼했다. 이게 모두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아니다. 친정 식구도 아니다. 전 남편도 아니다. 그녀의
엄연한 현재 남편이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녀 역시 그 사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
책 「아내가 결혼했다」를 펼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이 이 소설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용의 문장들. 이미 ‘나’(덕훈)와 결혼한 ‘아내’(인아)가 또 다시 다른 남자(재경)와 결혼을 한다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판타지와 같을 이 소설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참 발칙하다. 지금부터 이 발칙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Ⅱ. 일처다부제 그리고 나와 아내
드라마를 보면 참 많이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가 주인공에게 호감이 있고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는 두 명의 이성이 있고, 주인공이 이 이성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혼란해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 소설에도 흔하디 흔한 설정처럼,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한 명의 여자는 두 명의 남자를 모두 사랑하고 있다. 문제는 여자와 한 남자가 부부라는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갈등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 갈등의 소재를 가뿐히 뛰어넘어서 또 다른 갈등의 소재를 만들어 낸다. 여자가 어느 남자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를 뛰어넘어서, 한 여자가 동시에 두 남자와 혼인관계를 맺어버린 것이다. 잠시 줄거리를 살펴보자.
‘나’(덕훈)은 회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외부업체의 계약직 프리랜서인 ‘인아’를 만나게 된다. ‘나’는 ‘인아’와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계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곧 사귀게 되었지만, 이 사귐의 뒤에는 ‘덕훈씨만을 사랑하게 될 것 같진 않아요.’라는 인아의 말이 덤처럼 붙어있었다. 인아는 덕훈에게 서로 다른 사람을 사귀더라도 구속하지 않는 ‘쿨’한 사랑을 요구했고, 덕훈은 그녀를 가지기 위해 ‘쿨(cool) 한 사랑’을 약속하고 약속대로 쿨한 연인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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