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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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B사감과 러브레터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설을 추천해준다는 것 이제껏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또한 내가 읽은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소설이 아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모모” “쇼펴홀릭” “눈물이 주룩주룩”과 같은 외국소설 이였다. 그러하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더 한국소설추천이라는 과제는 어렵게만 느껴졌고, 추천할 한국소설을 생각해내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읽었던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가 불연 듯 생각났다. 그 당시에 그 책의 제목만 보고 낭만적 인 사랑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가 B사감의 이중적인자아의 행동을 보고 이해도 되지 않고 이 책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책을 덮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 소설을 대학생이 된 지금에서야 다시생각하고 한 번 더 읽어보았을 때는 B사감의 그러한 행동이 이해가 되고 어찌 보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이자 나 자신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라는 책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제목을 보면 이름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이니셜인 B사감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사감의 이름이 아닌 B사감으로 표현하면서 B사감이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또한 이 소설의 작가인 현진건은 이 당시 김동인과 함께 근대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꼽히며,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실주의 작가로 정확하고 섬세한 묘사체 문체를 구사하며 긴밀한 극적 구성법과 탁월한 반전의 기법으로 단편소설의 기교를 확립했는데,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도 현진건의 특유의 문체와 반전기법이 이 소설의 해학성에 한몫을 한다. 또한 이 소설은 리얼리즘소설이자 성격소설(인물소설)이라 판단된다. 왜냐하면 사건진행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B사감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고찰하려하고, 기숙사라는 배경에서 시간적인 측면보다 공간적임을 더 두각 시켰고 내용보다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생활의 양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B사감은 “딱장대, 주근깨투성이 얼굴,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하는 얼굴,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 “벌써 늙어 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라는 구절에서 미리 견지 할 수 있듯이 사십에 가까운 아주 못생긴 노처녀로 성질이 엄격하고 괴팍한 인물로 나오는 동시에 이율배반적인 심리를 가진 인간으로 나온다. 이 책에서의 B사감은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낮에는 사회적 자아가 발동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밤에는 개인적 자아가 발동한다. 이 두 자아의 상이성이 아이러니를 유발하며, 권위 의식에 사로잡혀 애정의 본능을 감추고 있던 B사감도 끝내 그것을 감추지 못하고 기숙사생들이 모두 잠든 뒤 이상한 행동을 혼자 연출하다가 학생들에게 발각되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적인 열등의식을 감추기 위하여 기숙사생들에게 엄격히 대하면서 기숙사를 찾아오는 남학생이나 가족들에게 박절하게 대한다. 그녀는 마치 남성 혐오자인 듯이 행동하지만 사실 그녀는 남자를 그리워하는 못생긴 노처녀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기숙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이중적 심리 상태를 사실감 있게 형상화한 수작이다.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사용하여 B사감의 이중성을 조소하고 그 정체를 폭로하는 데 알맞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풍자나 희극에 머물지 않고 B사감이라는 위선적 인간형을 해부함으로써,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그 위선이 결국에는 비애로 끝나고 만다는 아이러니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현진건의 작품 대다수가 사회 내의 모순과 사회 구조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고발인데 비하여, 이 작품은 인간성의 탐구를 목적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이 B사감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데 소설적 묘미가 있다. 작품 결말부에서 B사감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세 명의 처녀 중 한 처녀는 그녀의 기괴한 행동을 동정하고 이해한다. 이는 억눌린 본성에 대한 인간적 아픔이자 비정상적 인물의 풍자 뒤에 다가오는 일말의 연민의 감정으로 느껴진다.
▶ B사감의 이율배반적인 심리상태의 원인과 작품 휴머니즘.
“딱장대, 주근깨투성이 얼굴,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하는 얼굴,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
외모적인 열등감을 가진 B사감은 못생겼기 때문에 남자들 앞에 나설 자신도 없고 남자들의 구애도 받지 못한다. B사감은 속은 그렇지 않지만 본의 아니게 독신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젊고 생기 있는 기숙사 여학생들은 뭇 남학생들로부터 러브레터를 받는다. 그럴수록 B사감은 자신의 외모적 열등감과 질투심을 감추기 위해 육체적 순결과 정신의 고매함을 강조하며 여학생들을 닦달한다. 즉, B사감은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자신의 본능과는 배치되는 위선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위선적 심리 상태는 보통 사람들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정과 공감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B사감은 이성에 대한 표현을 억누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B사감을 동정하고 연민의 감정을 보인 소녀와 같이 나 또한 그녀를 동정하고 더 깊게는 나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거의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지만 감춰져있는 본능과 권위 의식이라는 대립 구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알리고 있으며 이율배반적인 한 인간의 심리를 단순히 매도하지 않고 감싸 안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 B사감의 이율배반적 심리상태의 원인과 현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
B사감의 이율배반적 심리상태의 원인은 앞에서도 줄곧 이야기해왔지만 자신의 외모적 콤플렉스이다. 못생겼기 때문에 오는 위축감, 열등감. 그로인해 속마음과는 달리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이성을 좋아하지만, 이성이 나를 못생겼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과 달리 행동하게 되는 것. B사감 그녀 역시 그런 평범한 사람일 뿐 이상하게 바라봐야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자신의 외모적 콤플렉스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서툴게 표현한 것뿐 그녀 역시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나와 같은 한 여자일 뿐이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거의 모두가 내 자신의 모습을 B사감을 통해 들여다보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면서 꼭 이성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아니더라도 앞과 뒤가 다른 내면적 마음과 외면적행동이 다른 나를 느끼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보면 지금의 나의모습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나의 숨겨진 모습, 감춰진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고 진정한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소설의 B사감의 콤플렉스를 현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연결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와 날씬한 여자와 뚱뚱한 여자로 분류하여 내적인 아름다움보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자리 잡게 해주어 외면적 아름다움만 고치려 하는 “성형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외모지상주의를 나타내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 (강한나)는 성공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도 다가설 수도 없다. 이에 반해 성형을 통해 예쁘고 날씬해진 여자(강한나)는 성공은 물론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자의 사랑도 받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의 “강한나”는 동일 인물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이는 분명 우리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얼마큼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시켜준다. 분명히 우리사회에서 나온 그릇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B사감과 같은 두 개의 자아와 그 자아에서 나온 행동을 우리가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현 우리사회에서의 우리의 모습 혹은 그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찾는 나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이 책을 보고 공감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B사감뿐만이 아닌 그렇다고 나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나오는 인간의 본성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도 한 처녀가 그런 B사감의 숨겨진 모습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녀의 서툰 표현, 가슴 아픈 현실 , 숨겨진 감정에 공감하고, 어긋한 수단으로 그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 그녀의 고통을 알기에 마지막 소녀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아주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B사감을 통해 동조하고 공감한 한 처녀처럼 나 또한 어긋난 수단으로 나의 숨겨지고 감춰왔던 마음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내가 이렇게 느끼듯 소설을 추천받고 읽는 당신도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숨겨진 점을 올바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나의 진정한 참된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