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수업시간에 잠깐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공지영’작가의 글은 ‘깊이’가 없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났다. 사실 나는 그 ‘깊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의 책을 선택하였고 처음엔 그 ‘깊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정말 많은 눈물이 눈앞을 가려왔다. 내가 남들보다 감정이 풍부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소설이 울리기 위해 쓰여 져서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음이 동(動)했다. 나의 마음을 동하게 만든 이 소설을 다른 사람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세 번의 자살시도를 한 여인 문유정. 세 명의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 정윤수.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다. 다른 환경에 살고 있지만,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진짜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시작은 정윤수의 삶이 기록된 블루노트로 시작된다. 중간 중간 고백서와도 같은 이 글은 차마 입으로는 말하지 못한 자신의 처절했던 지난 삶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지속된 폭력, 굶주림, 동생의 고통, 싸움, 동생의 죽음, 배신... 그의 삶에 행복한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어보였다.
그 뒤로 이어진 글에는 모니카 고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는 현재의 시점으로부터 윤수와의 만남에 대해 추억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자살미수 사건이 있은 후 정신과의사인 외삼촌은 모니카 고모의 부탁으로 유정이를 그녀에게 맡기게 된다. 유정이의 아픈 과거에 진정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준 유일한 사람. 그녀에게만은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모니카 고모는 한때 노래를 했던 그녀의 애국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사형수와의 만남에 그녀를 함께 데려간다. 한 달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한 채 한께 하게 된 그녀는 ‘정윤수’라는 사형수를 만나게 된다. 진부한 것을 싫어하는 그녀는 사형수답지 않게 생긴 그의 겉모습에, 사형수다운 진부함이 없는 그의 모습에 조금의 호기심이 생겨났다.
첫 만남에서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는 그녀는 모니카 고모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그의 모습과 처음 보는 사형수의 족쇄, 그 족쇄에 묶여 먹을거리도 편히 못 먹고 웅크려 먹는 모습을 본 그녀는 돌아온 뒤에도 그 모습이 아른거렸다. 타인에게 철저히 벽을 쌓고 사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아마도 그녀가 가진 타인에 대한 첫 번째 감정이 아니었을까..? 모니카 고모의 진심이 통해서일까, 아님 죽은 은수(윤수동생)가 좋아하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를 그냥 보내서 미안한 마음이 든 윤수의 변덕에서 일까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약속된 만남의 시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는 바라만 본다. 바라보고 지켜보면서 그녀는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그렇게 닫혀 진 그녀의 마음속에 ‘타인’의 자리가 생겨난다. 모니카 고모로 인해 변화되어지는 윤수를 보며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마음의 아기는 시간의 법칙을 벗어나 자라게 된다.’고... 그녀는 윤수를 추억하며 생각 했겠지만 아마 이때쯤 그녀의 마음속에도 ‘마음의 아기’라는 것이 같이 자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반이 넘겨지는 동안, 그들의 약속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직접적으로 윤수와 유정이의 대화는 없다. 서로 바라만 보면서 존재를 인식할 뿐이다.
그 둘이 직접적으로 만나고 대화를 하게 되는 계기는 그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어머니의 입원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어머니의 곁에 있으면 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될까봐 그를 만나러 왔다 고백한다. 그들은 ‘진짜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게 무엇을 얻어가고자 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어릴 적 입었던 강간의 상처를 보듬어 주기는커녕 그녀의 탓으로 돌리며 없었던 일로 해버린 무관심한 가족속의 그녀. 가진 것 하나 없이 매 맞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고 버려지는 것이 삶의 전부였으며, 살기 위해 싸워야했던 그. 분명 다른 환경이었다. 하지만 둘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은 ‘꼴통’이라는 동질감으로부터 그들은 동화되기 시작한다. 서로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가기 시작하고 일주일 중 ‘목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윤주는 그러는 동안 사형수에 대한 생각을 검찰인 큰오빠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겨운 과거에 대해 고백했을 때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던 큰오빠. 15년 전에 일어난, 승산도 없는 싸움을 그는 옷을 벗더라도 그녀를 위해 싸우겠다한다. 하지만 사형수에 대한 그녀의 간절한 요구에도 그의 정의는 ‘짐승’들에 대한 당연한 ‘집행’이라 여긴다. 그게 설사 누명을 뒤집어 쓴 자라 해도 이미 결정 난 사건에 대해서는 말이다. 그녀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윤수의 사형집행일자가 잡힌다. 그녀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째로 기도를 해본다. 15년 전 강간당할 때 살려 달라 기도한 것 외에 처음으로 해보는 그녀의 기도는 중얼거림이 전부였다. 기억나지 않았다. 기도라는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살려달라는 중얼거림만이 계속 되었다. 그녀는 무작정 어머니의 병실로 찾아가 그녀를 용서한다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더한 고통을 얹은 그녀를 용서하기 싫었지만, 자신이 용서를 하는 것이 윤수를 살릴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킬만한 것이라 여기고 어머니를 용서 한다 울부짖는다. 15년 만에 터진 그녀의 감정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 10시 사형이 집행될 시간 그들은 구치소담벼락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묘지에서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윤수와 마지막 시간을 보낸 김신부는 윤수와의 시간을 전해주었다. 마지막 가는 사람들은 다 그러할까? 자신이 죄를 지은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동생과 두려웠던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었던 애국가를 불렀지만, 그에게 있어 이미 알아버린 삶에 대한 ‘행복’의 미련 때문인가? 공범의 죄까지 뒤집어 써가며 죽음을 재촉했던 그가 두려워하며 울부짖었다 한다. ‘유정’그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았음을 후회했다고 한다. 살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가 가고 남겨진 안구와 조금씩 모아둔 얼마 안 되는 영치금이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일 것이다. 그의 생전 약속했던 강원도 아이들과 바다를 보며 결국은 같이 오지 못한 윤수를 생각하며 추억은 끝이 난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그녀는 모니카 고모의 마지막을 곁을 지킨다. 모니카 고모는 마지막 까지도 김신부님과 함께 사형수들에 대한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모든 이들은 평등하다. 그 누구도 그들을 포기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모니카 고모는 자신의 욕망을 다 버려가며 타인을 위해 삶을 살아가신 분이다. 모니카 고모의 죽음과 함께 글은 끝이 난다.
글을 읽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니카 고모와 유정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유정이의 처음모습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게 되고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면서부터 약한 자를 대변하고 감싸주려는 조그마한 의지가 솟아나게 되고 그것이 수녀의 몸으로 교화를 하러다니는 모니카 고모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니카 고모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모니카 고모처럼 행동하게 되는 유정이를 보며 시간이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라 생각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잊혀져가는 것이다. 언제 다시 그 기억이 수면위로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상처에 따라 기간은 틀리겠지만 그 상처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만큼의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의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 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고 그 상처가 자신만의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위로 받으며 사람에게서 치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 그리고 서로를 용서하고자 하는 노력, 이 책에서는 최악의 상황. 최악의 고통에서부터 이끌어낸 행복이 엿보여진다. 그것은 누가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찾아내고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전혀 행복한 상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알 수 없지만 아직은 남은 시간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이 책은 많은 것을 전해준다. 주인공들의 고통의 원천이 된 가난으로 비롯된 굶주림, 가정 폭력, 강간, 살인 등 사회문제에서부터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사형제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따지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한번 씩 다 생각 하게끔 하는 책이다.
“기도해 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모니카 고모의 이 말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진정으로 기도한 필요한 사람은 사형수 들이 아니라 자신의 죄는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만을 탓하며 경멸하는...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 그것이 내가 아니었는지... 자아성찰의 기회도 갖게 되는 책이다.
블루노트의 마지막장을 통한 윤수도 죽음을 앞두고서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백한다. 사랑받아 본 자만이 사랑을 할 수 있고, 용서받아본 자만이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저주하며 살아왔지만 그 생 모두가 은총이였음을 알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은 깨닫게 되는 순간 늦어버리게 되는 것이 많다. 이 책을 접하면서 늦어버리지 않은 내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도 이 책을 꼭 읽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한다. 각자 느끼는 것은 틀리겠지만, 각자가 찾는 빛은 모두 다르겠지만, 무엇인가를 꼭 느낄 수 있고, 찾을 수 있음이 분명한 책이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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