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소설 비평이라는 주제를 받고 내가 선택한 작품은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다. 먼저 반항적인 심리가 잔뜩 묻어난 제목에 이끌렸고, 작가의 말에서 여성들의 한 맺힌 삶을 이야기 하며 그녀들의 삶을 아슬아슬한 곡예로 몰아간 장본인들이 남성이라는 말과 주인공인 ‘강민주’가 여성에게로 향해지는 일상적인 학대가 자연스럽게 은폐되고 이해되는 남성중심의 이 사회를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라는 문구를 보고는 나 역시 다소 반항적인 호승심이 일어나 이 소설을 비평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소설이 쓰여 진지 십년 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고 그 때쯤이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받는 여성들의 억압이 드세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남성과 여성이 갈리어 싸워대는 온라인상에서의 현 작태에 신물을 느끼던 나는 처음 한자부터 소설을 비평해 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가에 대한 반항심에서 소설을 접하려고 했던 나는 이내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감정적인 상태에서의 독서는 그 소설이 가진 매력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잡아 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상태에서의 비평은 비평이 아닌 그저 비판이 될 뿐이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상태에서의 비평이 내가 생각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깨끗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에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갈무리 한 후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성의 대결이나 성의 우월을 가리기 위해 이 소설이 쓰여진 것은 아니다 이 사회의 두 개의 성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조화롭게 각자의 몫을 동등하게 제시하며 살자는 데 있다.’ 고 말 하면서 바로 뒤이어 ‘강민주의 테러가 잔인한 보복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더운 인간의 길로 접어드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남자에 비해 여자가 다른 것은, 남자를 테러함에 있어서도 그들과 달라야 했던 것은, 모성이 그 모든 것 위에 있는 까닭이었다.’ 라는 모순되고 오만한 말을 한다. 도대체 소설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의 내용에 들어가 보겠다. 하지만 그 전에 작가의 궁극적인 생각과 나의 생각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작가의 소설 그 자체로의 구성이나 흡인력,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능력에는 나 역시 탄복했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두겠다. 제목에서부터 이끌렸고, 작가의 말과 서문만 보고도 작품을 어서 빨리 읽고 싶다고 독자인 내가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서문의 중요함은 이미 배워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작가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 된다. 오만하기 짝이 없고 불손하기 까지 한 주인공의 노트로 시작되는 서문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지만 강민주라는 주인공의 성격과 소설의 전개에 꼭 부합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과의 동업을 원한다는 그녀, 모든 인간은 텍스트 이전에 있으나 자신은 텍스트 그 다음에 있다는 그녀, 자신이 자신을 건설한다는 그녀, 자신이 자신을 건설하며 그것이 운명론자들의 비굴한 태도와 자신이 다르다고 말하는 그녀, 자신은 운명을 거부함으로 절망의 텍스트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라는 그녀.
주인공 ‘강민주’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며 여성상담소의 상근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상당한 유산을 받은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상담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상담소에 상당한 양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대학 선배인 소장의 부탁으로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의 선배인 소장에게도 차디찬 냉소를 유지한다. 소위 ‘여성 지도자’라고 불리는 소장역시 그녀의 얼어 있는 마음에는 그저 우습게 보일 뿐이 었다. ‘누가 자신을 여성 지도자로 임명 했단 말인가?' 강민주는 여성 지도를 한답시고 옹기종기 모여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는 소장이 하찮게만 보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작가가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일삼는 남성과 그것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여성들 모두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담소로 전화를 걸어오는 무기력한 여성들에게도 냉소와 관찰로만 일관하는 강민주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점이다. 다시 강민주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여성 특유의 폐쇄적인 정신 분석을 논문의 주제로 삼고 자료들을 수집하던 그녀는 불행한 여성들의 불행한 이야기를 채집하기 위해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 이었다. ‘것 이었다.’ 라는 과거형을 사용하며 구분지어 얘기 한다는 그녀는 자신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계획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녀가 하고자 하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녀에게 주어진 지적, 물질적인 능력과 그녀의 과거를 이야기 한다. 그녀에게는 예리한 지적 능력과 평생 쓰고도 남을 재산,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충실한 심복인 ‘황남기’가 있다. 그리고 유년시절 자신의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남들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그렇다 그 기억 때문에 그녀는 남성을 혐오한다. 그렇기에 지금껏 그녀가 그래왔듯 자신에게 접근하는 ‘김인수’ 라는 남자를 매몰차게 쳐 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저 한 낱 강민주에게 ‘거부당하는’ 남자일 뿐인 이 인물을 주목 해야 한다. 그저 지나가는 인물일 뿐일 것이라 생각한 그가 소설의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하고 소설의 플롯에 있어서 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심복인 ‘황남기’ 역시 마찬 가지이다. 후에 또 언급 하겠지만 그도 소설의 결말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단서를 복선이라는 이름으로 작품 여기저기에서 드러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녀의 계획이라는 것은 영화배우 ‘백승하’를 납치하는 일이다. 그는 인기절정의(특히 여성들에게) 영화배우이며 각족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몇 년째 휩쓸고 있는 남자이다. 그녀는 그를 납치하기로 한 D-Day에 상담소로 전화를 걸어온 여자들에게 상담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당신들은 자신의 인생이 왜 빗나갔는지 그 이유조차 모릅니다. 그래요, 대안이 없을 때는 맹목적으로 자신 속에 갇히려 드는 속성을 나는 이해합니다. 자, 하지만 이제부터는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입을 여세요. 당신들은 이제 진실로 새로운 것을, 거부와 반항을 넘어선 놀라운 역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의 이 역습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동참을 유도하는 작은 시작입니다.’ 그녀가 백승하를 납치 하려는 진의가 들어나는 대사이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한 일에 대한 명명을 한다. ‘거부와 반항을 넘어선 놀라운 역습.’ 그녀는 세상에게 로의 역습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선택 된 인물이 백승하라는 영화배우 인가. 그는 여성들에게 폭력과 억압을 자행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소문난 애처가였다.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감미로운 미소로 여성들에게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인물 이었다. 그렇다 그렇기에 그가 선택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민주의 시선으로 봤을 때 모순이기 이전에 그는 세상으로의 역습을 위해 가장 적절한 공격 대상 이었다. 강민주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저 가공의 세련미가 마치 진짜 자신의 모습인 양 연연하며 살아가는 피에로. 자본주의가 낳은 최대의 흥행사업에 끼어들어 운좋게 한 시대를 풍미하는 허위의 사내.’ 남성의 폭력과 억압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가고 있으면서도 그에게서 남성에게의 환상을 쫓는 여성들이 있기에 그녀는 그를 선택한 것 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백승하의 납치를 시도하고 성공한다. 그를 납치하고 그녀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사육’ 그것 이었다. ‘백승하를 길들이기 나는 백승하란 나무에 물을 주고 햇빛을 준다. 그는 내가 주는 물과 햇빛에 의해 길들여진다. 나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포로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없다. 이 일방통행이 우리의 주어진 관계이다’ 그녀가 그를 대하는 태도였다. 그녀는 그를 부드럽게 대하고, 또 한편으로는 억압하며 폭행하고 또 그런 후에는 잠시의 시간을 두고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에게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한다. 그러한 술수는 자신이 고안해 낸 것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에게, 정치판의 사회 지도층들이 시민들에게 써 온 남성들의 더러운 술수라고 강조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백승하를 사육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 하고 있었다. 세상으로의 역습‘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그녀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언론을 통해서 세상과 싸우려 했다. 백승하의 납치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를 기다리고 그의 아들의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등의 대담한 짓을 하며 경찰과 사회를 농락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계획을 진행 시켰다.
그러나 사육하고 사육당하는 둘의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녀의 심리전에 지친 백승하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이미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에게로 가는 그녀의 감정에 다소 변화가 생겼음은 그녀도 인정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계획에 수정이 가해지는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래서 그녀는 또다시 언론 플레이를 한다. 다소 잠잠해진 언론에 그녀 스스로 ‘백승하의 근황에 궁금증을 품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약해져 가는 자신과 세상으로의 역습을 꿈꾸는 자신과의 치열한 공방으로 그녀 역시 알게 모르게 지쳐 간다. 흔들리던 그녀가 백승하에게 서서히 무너지는 것은 그와 함께하는 ‘연극연습’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그들만의 연극무대를 위한 연습 이었다. 그즈음 해서 시종일관 강민주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 하는 작품에서 심복인 황남기가 보여주는, 독자들마저 감지 할 수 있는 이상행동을 그 잘나고 영민하신 강민주가 잡아 내지 못하고 그저 반항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승하에 대해서 ‘저 녀석을 죽여 버릴까요? 저에겐 권총도 있어요.’ 권총이라는 복선을 보여준 남기의 말이다.
기어이 그녀는 사고를 치고 만다. 남기의 만류와 자신을 노출시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영화제 시상식 이후 침울해 있는 승하를 위해 그의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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