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 양들의 침묵
1.
은 토마스 하리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FBI의 교육 훈련생인 클라리스 스컬링이 여자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을 추적해 가는 과정과 범인을 잡아 범죄를 소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공포스릴러 영화임에도 개봉 후 아카데미상을 받아 주목을 끌었는데, 당대의 문화 모습을 가장 적절한 형태로 반영하는 문화 텍스트임을 인정받았다.
여기서 을 몇 가지의 축으로 읽고자 한다. 첫째, 스털링의 살인범 찾기의 의미, 둘째, 렉터와 스털링의 관계 및 렉터의 역할과 그 의미, 셋째, 텍스트에 사용되는 다양한 상징 기제 등이다. 이를 통해 의 가치를 가늠해 보도록 하자.
2.
의 구조를 살피면 스털링이 범인과의 숨 막히는 대결 끝에 승리를 얻어내는 영웅의 서사를 차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웅 서사란, 영웅이 어렵고 고된 시련들을 겪고, 영웅이라 불릴 만한 업적을 성취하는 형태를 취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영화는 이 영웅자라에 여성인 스털링을 위치시킨다.
영웅의 서사를 담고 있는 인물 유형을 적용해 보면, 이 영화에서 주행위자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털링이며, 역행위자는 연쇄 살인범인 제임 검브이고, 스털링의 수사를 도와주는 조력자는 그녀의 상관인 크로포드와 정신과 의사 렉터이며, 이들의 수사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역조력행위자는 정신병원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영웅담을 단순하게 차용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을 좋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사건의 주행위자는 스털링이지만, 실제로 관객들은 그녀보다 연쇄 살인범의 수수께끼를 풀도록 도와주는 렉터 박사에 초점을 모으게 된다. 렉터라는 인물은 매우 흥미로운데 그는 스털링을 도와 범죄를 해결하게 하는 조력행위자지만 그 자신 역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먹는 극악한 범죄자이다. 이렇게 렉터를 중심에 놓고 보면, 선악의 이분법에 근거한 세계관은 의미를 잃는다. 그는 정신과 의사이며 살인자로 갇혀 있다. 그렇지만 그는 악의 세계 뿐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집약된 인간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
텍스트에서 표면적으로 맺어지는 스털링과 렉터의 관계는 감호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비정상인과 정상인 또는 살인범과 FBI요원의 관계이다. 굳이 주종을 따지자면 상부의 위치에 스털링이, 종속적인 위치에 렉터가 놓일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이들의 관계가 역전되어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처럼 보인다.
이들의 관계가 역전되어 있음은 렉터와 스털링이 대면하는 장면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이 장면에서 폐쇄된 장소에 유리벽을 놓아 대립적인 두 명의 관계를 한 장소에 몰아 놓고 있다. 더욱이 현실적인 종속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렉터는 공격적인 자세로 서 있고, 스털링은 피동적인 자세를 보이며 영화의 전체 흐름을 암시하고, 공간의 배치로 영화 전체의 서사 설정을 교묘히 전달하는 부분이다.
렉터는 스텔링과의 대화를 통해 마치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스털링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솔직한 고백을 듣는 대가로 살인범에 접근할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는 그녀에 관한 정보를 관객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스털링의 무의식을 일깨우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스털링이 왜 그토록 연쇄 살인 사건에 집착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납치되고 가죽이 벗겨지는 여자를 구해내야만 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신분상승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억압된 무의식에도 연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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