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6월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 반과 교대한 지칭개 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 샌간 보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 두상화(頭狀花) : 꽃대 위에 많은 꽃, 꽃잎들이 뭉쳐 붙어서 머리 모양을 이룬 꽃. 국화, 민들레, 해바라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본문에 나오는 ‘소리쟁이’, ‘지칭개’, ‘보리뱅이’, ‘조뱅이’, ‘개망초’의 꽃이 두상화이다.
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째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 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 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 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다. 허술한 블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 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1. 시인 엄원태
“나무는 그의 모든 것을 태우면서도, 타는 아픔을 말하지 않고, 아픔의 경험을 배운다고 말한다. 아픔의 경험란 두 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깊이 숙여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무가 불에 타 재로 변하거나 숯이 되거나 흙에 묻혀 검은 석탄이 되는 것과도 상통한다.” 엄원태, 『물방울 무덤』, 창작과 비평, 2007, 배지(背紙)─시인 최하림의 말
엄원태의 첫시집 『침엽수림에서(1991)』는 “겹겹의 상처의 부스러기(강, 깊어지는)” 썩어가고, “폐허의 비린내(황혼에, 울다)” 등천하는 시의 숲이다. 침엽수림은 “메마른 뼈들로 불타고(놀라운 죽음, 침엽수림에서)”, 죽음의 냉기가 그득하다.
만성신부전증 발병(1987) 이후, 시인의 삶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녔다. “피가 말라, 여윈 껍질만 비틀린 채/제 몸 하나 눕힐 자유마저 없이(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 삶을 견뎌야 했다. 고통과 서러움이, 회환과 미련이, 절망과 분노가, 욕망과 체념이, 어느 게 먼저랄 것 없이 달려들어 독한 응어리가 되어 부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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