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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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파충류의 밤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파충류의 밤
불면의 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방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은 고립·소외된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혼·독거·사별 가구, 우울증에 갇혀 지내고 있는 개인들에게서 자살생각비율과 실제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강연욱 기자, , 2013년 7월 2일자.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질수록 나홀로 가구 수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그녀의 삶은 어떠한가? 홀로 중년에 접어든 그녀는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막 잠이 들려고”하면 “사나운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정의학과와 신경과를 거쳐 정신과”까지 다녀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은 그녀에게 “노란 알약, 하얀 알약, 파란 알약”을 처방해준다. 하지만 그것들은 “의식과 잠 사이의 비무장지대로 그녀를 내동댕이”칠 뿐이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죽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더러운 기분에 사로잡혀”야 했다. 그녀는 “지독한 불면”을 “주어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채, 홀로 고통을 견딜 뿐이다. 무엇이 그녀를 불면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 것일까.
2. 처절한 생멸의 역사
인간이 왜 잠을 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이 없다. 하지만 수면이 생존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수면 시간이 어느 정도 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녀가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만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불면의 밤은 그녀를 “수수깡처럼 말라”가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녀를 이토록 괴롭히는 불면은 환청에서 시작된다. 환청은 그녀로 하여금 “침대에 눕는 것조차 두렵게” 만든다. 정확한 병명을 짚어 말하진 않았지만 의사는 그것을 “자율신경 이상”으로 진단한다. “잠이 들려고 하면 그것을 죽는 것으로 인지하여” 그녀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녀의 뇌는 어째서 잠드는 것을 죽는 것으로 인지한 것일까.
파충류의 삶이 어땠을지 한 번 상상해보세요. 사방에선 천적이 날뛰어 늘 죽음이 코앞에 와 있고 먹이는 너무 빨라 굶주림은 일상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지만 그 목표는 언제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겠죠. -p.183
위의 인용문을 통해 우리는 불면의 이유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다. 그녀를 괴롭히는 환청은 “파충류가 울부짖는 소리”이다. 파충류의 삶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녀가 잠들려고 하는 순간을 죽음으로 인식하여 환청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녀는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의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사실은 작품 곳곳에서 보여 진다. 이십년 넘게 출판사에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아, 그녀의 사회적 위치가 확고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이를 낙태했다는 것은, 아이가 아닌 자신을 선택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굳건히 한 대신, ‘혼자’라는 삶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홀로 중년을 맞이한 그녀의 삶은 어떠한가.
“그녀가 없는 편집부는 생각할 수 없”을 줄 알았지만, “회사는 그녀의 부재에도 아무 일 없이 잘만 돌아가고” 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불면뿐이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암도 아니고 치매도 아니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작가는 암도, 치매도 아닌 이 대수롭지 않은 불면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파충류의 삶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는 영업부장을 통해 다시 한 번 보여 진다.
한 번도 청소를 한 흔적이 없었고 음식을 해먹은 흔적도 없었다. 냉장고엔 빈 생수병만 한 병 달랑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다량의 수면제와 비타민 한 상자가 발견되었다.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