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집행모형] 가두관료제 모형
정책집행은 일선공무원들에 의해 행해진다. 따라서 일선공무원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아지면 정책집행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일선공무원과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사항은 그들이 규칙을 준수하는 몹시 경직된(rigid)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라는 견해이다. Merton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사회관계의 내적 체계를 보호하고 그들의 조직 내 위신을 갖게 해주며 비인격성을 강조함으로써 고객과의 갈등을 피하게 해주는 규칙에 특히 더 우호적이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그와 같은 규칙들은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되며, 이런 의미에서 수단이 목적으로 취급됨으로써 정책목적이 왜곡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들의 행위는 의회나 법원 등에 의한 공적인 조사에 개방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더욱 더 규칙(규정)에 맞춰서 행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공무원들은 규칙에 의존하는 안전-비판의 회피, 획일성의 추구-을 높은 보상보다 중요시하게 되고 경직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일선공무원의 규칙의존적인 행태에 대한 안전추구적인 해석을 넘어서서 공무원들의 행태는 그들이 자신의 업무상황에 완전히 몰입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만약 그들이 규칙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상황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공무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의 노력에 의해서 정책이 어떻게 재형성되는가를 탐구한다. 이러한 연구경향은 Lipsky를 중심으로 하는데 이 연구경향은 공무원들이 완전한 규칙순응을 보인다기보다는 그들이 규칙을 집행하면서 선택을 하고 있으며 그 선택은 특히 그들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결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일선공무원들을 Lipsky는 가두관료제라고 명명하였다.
Lipsky는 일선관료들이 내리고 있는 결정과 그들이 정립해 놓은 일상적 업무 및 과정, 그리고 불확실성과 과중한 업무부담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들이 고안한 수단들이 모두 그들이 수행하는 공공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 있다. 하나는 일선공무원들이 일상화되고, 정형화된 형태로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을 발전시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선공무원들이 내리는 정책결정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상을 진전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봉착하고 있는 압박에 대처하고자 하는 실행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는 일선공무원들의 업무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파라독스를 보여주고 있다.
일선공무원들은 거대한 관료제 내에서 하나의 구성원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상당한 정도의 재량적 자유와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Lipsky는 일선공무원들이 쉽사리 상관의 통제하에 놓이지 않는다고 본다. 일선공무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주요 부분은 인간적 판단을 필요로 하고 기계적 프로그램화에 의해서 대치될 수 없는 요소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량은 특히 사회복지사나 교사와 같이 공적으로 채용된 준전문가의 경우에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일선공무원들은 고객에 대해 우월한 위치에 있게 되고 고객은 일선공무원들이 정한 업무절차에 순응해야만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국가복지를 포함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 받아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은 복지서비스 수급에 대한 필요를 몹시 강하게 갖고 있으므로 그들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분배와 전달을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접할 경우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고 공무원이 원하는 방식대로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를 선정하는 권한이 각 읍 면 동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일선공무원들에게 부여되어 있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어야 할 필요를 지니고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일선공무원들은 어떤 의미에서 그들에 대한 일종의 생사여탈권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요컨대, 일선공무원들은 고객인 주민의 삶에 대한 엄청난 통제권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며, 공무원과 주민들 간의 관계를 권력관계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Lipsky는 일선공무원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사회 내의 특정 재화와 용역의 배분을 결정하는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Lipsky는 위의 주장과 병행하여 일선공무원들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도 제공하고 있다. 즉, 일선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수행 효과나 자신의 고객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사실상 적절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속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권의 한계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원의 동원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업무수행 상황과 업무수행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며, 수요는 무한한데 반해 시간은 늘 부족하다는 압박상태로부터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한된 자원 하에서 수요는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일선공무원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기 나름의 대처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즉 그들은 우선 고객들의 요구를 우선순위화 하고 이에 근거해서 자원을 배분하는 합리적 방식을 개발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자칫 고객에 대한 비인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표출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읍 면 동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제한된 자원(예 : 복지예산, 업무시간)으로 다수의 저소득층 주민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몰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칫 개별 고객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와 이해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규정과 자신의 업무처리 방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게 될 수 있고, 이 경우 고객들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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