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 이야기
김성호
일본전산은 처음 시작이 너무 소박해서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창업 멤버가 네 명이었고 사장은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 작은 인원이 시골 창고라고 부를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모터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당시 오일 쇼크가 찾아왔고 경제 상황이 결코 밝지 않았지만,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그 분야에 집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시절에 창업자가 가졌던 끈기와 추진력은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매출이나 인원의 규모가 오늘날처럼 커질 거라고 처음부터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 같다. 작은 시작이 어느 순간 거대한 나무처럼 성장하는 과정을 책에서 보게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동요하게 된다. 그 사람들은 기술력을 쌓으려고 노력했고, 또 같은 일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머리를 짜냈다. 다만 그 시절에는 자금도 부족하고, 전문 장비도 충분치 않았다. 사장이라는 사람도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담당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모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렇지만 일본전산은 거기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한 우물을 파겠다는 결심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 놀라웠다. 매출 8조 원,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 숫자로 보면 감이 잘 안 올 정도로 커진 기업이지만, 그 시작은 달랑 네 명이었다. 창업자는 나중에 여러 번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집요하게 매달리고, 끝까지 해내면 결국 길이 열린다고. 그러한 정신력이 일본전산 문화를 만들었고, 사람들을 단련시켰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그 방식이 너무 강압적이거나 극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문화를 분석할 때는 그 안에 깃든 에너지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느꼈다. 극심한 경쟁과 불황 속에서 성장을 지속한 배경에 뭔가 뜨거운 무언가가 있었을 것 같다.
매년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그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책을 통해 본 일화 중 하나가 떠오른다. 예전에 어떤 행사에서 창업자가 직원들에게 아주 크게 외치라고 시켰는데, 목이 쉬도록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목적은 직원들의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있었다고 들었다. 마치 군사 훈련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과정을 통해 협동심을 쌓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익혔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소리로 단체 구호를 외치는 훈련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전산은 사원 교육 과정을 그 방식으로 꾸려나갔다. 웃으면서 읽었지만, 동시에 어떻게 보면 그게 성과의 비결이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한편, 성장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 보너스 지급 방식도 특별하고, 직급과 직책 간의 위계질서에 대한 인식도 남달랐다는 서술이 있었다. 회사 전체가 방향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규칙들을 까다롭게 적용했다고 한다. 지각이나 태도 불량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용서받기 어려웠다는 대목에서, 사내 분위기가 다소 엄격했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 시대에는 이런 문화가 과연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책에서 소개된 일화들을 통해 그 시절의 열기와 투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가혹할 정도로 빠른 업무 처리, 목표 달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태도는 호불호를 떠나서 존중할 만한 면이 있었다.
기술 분야에서도 다른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자 스스로 극단적인 목표치를 설정했다고 읽었다. 예컨대 모터의 속도, 내구성, 소비 전력 등 다방면에서 최고 수준을 노렸다고 한다. 한 부품이라도 최대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셈이다. 때로는 밤을 새워 연구하고, 자료를 찾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문화를 견디지 못해 나가기도 했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 단련되어 어느새 전력으로 뭉치게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열 일을 해야 할 정도로 혹독했지만, 그만큼 성과를 내면서 기업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 보니 국제 시장에서도 통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해외로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이 시작되었다. 책을 보면 중간중간 해외 법인을 세우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분명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그 속에서도 나아갔다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다.
처음 읽었을 때가 일본 경제가 한창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서술되어 있는데, 그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어쩌면 대담함이 더 빛을 발한 것 같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사업 다각화를 꾀하거나 안정적 영역을 모색하려고 할 텐데, 일본전산은 모터라는 한 축에 집중했다. 한 편으로는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시장이 급변할 수도 있고, 경쟁사들이 몰려들면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모터라면 어디에든 들어갈 수 있고, 전자기기의 핵심이므로 앞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생길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은 현재의 규모가 보여준다. 기업이 어떻게 변화를 예측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장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모든 조직에 교훈을 던지는 듯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스피드 경영에 대한 강조였다. 회의 시간도 최소화하고, 의사 결정도 늦추지 않도록 힘쓴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흔히 큰 기업일수록 절차가 복잡해지고, 여러 부서의 결재가 필요하며, 보수적 태도가 짙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전산은 빠른 실행을 중시했다.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되면 곧바로 수정하고, 재정비 후 다시 달린다.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있으면, 누구나 현장에서 민첩하게 반응할 것이다. 물론 그만큼 피로감이 누적될 위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려고 한 것을 보면, 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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