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외모라면 문학 작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작품의 제목이다. 라는 제목은 이 책이 마치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삶에 대해 서술할 것만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부모 잃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책을 반 넘게 읽고서야 책 제목이 마치 아시아의 고아와도 같은 타이완을 빗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할 당시의 타이완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이것은 주인공 타이밍이 일본과 중국에서 생활할 때 겪게 되는 일들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타이밍이 일본에 유학을 갔을 때, 친구 란이 타이완 출신임을 속이는 것에서 그 시기 일본에서 타이완 출신은 불이익을 당할 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이 반일운동을 위한 모임에 갔을 때 사람들이 타이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파이 취급을 하는 것을 통해 중국인들에게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초기 일제 식민지 시기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는 시기를 아우르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타이밍은 타이완에서 태어나 일본에 유학을 다녀오고 중국에서 직장을 가졌다가 다시 타이완으로 돌아오는데, 상당히 활동 범위가 넓다. 게다가 이러한 이동은 시대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타이밍은 새로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러나 타이완에 돌아왔을 때 일본인 권력자에게 아부하거나 뇌물을 바치는 등 시대와 타협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중국으로 건너간다. 중국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일본과 중국의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타이완인들은 일본의 스파이라는 인식이 강해 타이완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후 그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타이완으로 탈출해 나오게 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에서는 시대적 상황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함께 살펴봄으로써 그 시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타이밍은 어렸을 적에는 서당에서 공부를 한다. 서당의 선생님은 펑이라 불리는 노인으로 타이밍의 할아버지인 후 노인과는 벗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다. 이 두 사람은 구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둘 모두 처음에는 새로운 교육과 문명과 같은 것에 거부감을 보이며 옛 것에 애착을 느낀다. 그 중 후 노인은 나중에는 신학문에 대한 것에는 좀 더 생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게 되지만 펑 노인은 여전히 옛 것을 고수하는 것으로 일본과 함께 들어온 새로운 것들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생겨난 부조리한 문제들에도 입을 모아 잘못된 점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노인다운 느긋함을 보이며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여성들의 모습도 다수 보이는데 대개는 타이밍과 애정적인 문제로 얽혀 있다. 우선 타이밍이 사랑한 여성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타이밍이 처음으로 짝사랑하게 된 여성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일본인 교사인 히사코이다. 히사코라는 여성은 타이완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으로써 타이완인보다 일본인이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타이완의 문화까지도 멸시하는 모습을 보이나 그것은 그녀의 낮은 수준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히사코는 타이밍과 자신이 타이완인과 일본인으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이밍의 고백을 단호하게 거절해 버린다. 그녀는 그저 식민 지배로 인해 타이완에 대해 커다란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 평범한 일본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타이밍이 두 번째로 사랑에 빠진 여성은 중국인 슈춘이다. 기차에서 만난 그녀의 신식으로 세련되고 근사한 모습에 타이밍은 즉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첫 만남에서 기차안의 의자 위를 하이힐을 신고 밟고 올라가는 태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신여성은 아니다. 결혼 후 그녀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의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겉으로만 받아들여 표면적으로는 남편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멋진 신여성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는 쾌락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데다가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전쟁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아내는 허영으로 가득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타이밍을 좋아하여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다가오는 루시팽같은 타이완 여성보다 히사코나 슈춘과 같은 여성에게 타이밍이 끌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타이밍의 내부에 일본의 문화나 서양의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을 좀더 알고 나서는 히사코나 슈춘에게서는 모두 깊은 실망감을 느끼게 되며 오히려 루시팽과 같은 여성에게서 더 큰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여성과 일본의 여성에게서 모두 실망감을 느끼는 타이완 출신의 타이밍을 아시아의 고아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시대적 상황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또한 다양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타이완인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고 있어 그들을 무시하며 일본인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작품에 서술되어 있듯이 타이완에 있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타이완인을 니야(너)라고 부르며 무시한다. 타이완이 선생으로 근무한 학교의 교장과 같이 겉으로는 일본인과 타이완인의 평등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타이완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인 것이다. 일본에 있는 친구 란이 일본에서 자신을 타이완인임을 숨기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도 타이완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본인이 그렇게 타이완인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밍이 일본에서 하숙하게 된 집의 아주머니와 그 딸과 같이 타이밍이 타이완인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좀 더 발전하여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바꾸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인물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토우라는 인물은 역사와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통해 현실에 긍적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한다.
타이밍의 친구인 란이나 쩡과 같이 반일운동에 참가하는 타이완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중국인들이 타이완인을 일본의 스파이라고 생각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반일운동에 참여하는 타이완인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일본이 아무리 가차 없이 징용이다 징병이다 해서 타이완인들을 괴롭히고 먹고 살기가 힘들 정도로 식량을 공출해가고 타이완인들을 무시해도 우리나라처럼 독립운동이 전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타이완인들은 마치 일본의 식민 지배를 그저 또 다른 왕조가 나라를 차지하게 된 것 쯤으로 여기는 듯이 보인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나 후나 일제에 대해 가지는 반감은 식민지배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당한 대우나 차별에 대한 것이다. 물론 전쟁이 시작된 후에 더 가혹한 행위들이 행해지고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반감의 정도도 더 커진다. 하지만 그것이 적극적인 독립운동이나 반일운동으로 발전하려는 기미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랜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그것이 내면화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란이나 쩡과 같은 지식인들은 적극적으로 반일운동에 참여하며 주인공 타이밍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타이밍은 적극적인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회피한다.
반일운동을 하는 대신 친일을 일삼는 인물들도 이 작품 속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유형은 작품의 후미에 언급되어 있듯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무지함에서 비롯되어 진정으로 뼛속까지 일본을 따르는 유형이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다만 자신의 이익을 쫓아서 친일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새로운 다른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준다면 또 다시 그 세력에 아첨할만한 유형이다. 타이밍은 첫 번째 유형은 불쌍할 뿐 별로 해가 되지 않지만 두 번째 유형이 실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일행위를 하는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은 타이밍의 큰형 즈강과 같은 인물이다. 그는 진정으로 일본을 동경하여 이름도 일본식으로 바꿀 뿐만 아니라 집도 일본식으로 꾸며 놓고서는 흡족해한다. 게다가 갑장으로 열심히 일하며 일제의 수탈 행위와 같은 것들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즈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일본의 명분을 진정으로 믿는다. 또한 즈강의 아들 다슝 또한 그 아버지처럼 황민화라는 것에 미쳐있다. 그래서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전쟁을 성전이라고 믿으며 자신이 전쟁에 지원하여 참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그가 내세우는 주장은 타이밍이 보기에 어리고 어리석고 무지하다. 다슝과 같은 젊은이들은 타이완에서 한둘이 아니다. 황민화를 외치며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생각이 마비되고 세뇌되다시피 한 젊은이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타이완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그것이 내재화 되어 생겨난 것인 것 같았다.
자신의 이익을 쫓아서 힘이 있는 일본 세력에 아첨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편쟁이의 아들 즈다가 있다. 즈다는 사실 일제가 아니라 어떤 세력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타협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어리석어서가 아니고 지나치게 이익에 밝아서 일제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의 보조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후 씨 집안의 내부에 분란을 일으킬 만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타이밍이 한 때 근무했던 식량회사의 직원들도 대부분 즈다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량회사가 하는 일은 농민들에게서 뜯어낸 돈으로 직원들의 봉급을 주는 것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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